황정민, '2005년,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겨울 햇살로 빛나는 부산 해운대의 바닷가. 까칠한 얼굴이었지만 환한 미소는 망망대해를 품에 안은 듯 밝았다. 2005년 인생 최고의 해를 보낸 황정민(35). 영화 '사생결단'의 밤샘 촬영이 오전 9시에 끝난지라, 사실 이날 인터뷰 스케줄은 결코 우아할 수 없었을 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약속 장소에 정확히 나타났다. 10여년 가까이 스포츠조선을 애독해온 만큼 스포츠조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황정민. 개띠 스타인 그의 희망에 가득 찬 병술년 설계를 들어보자. ★ 꿈이 이루어진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로 제대로 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영화배우들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는 한 해를 보낸 셈이다. - 수상소감이 대박이다. ▶ 이름이 호명되기 직전까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평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두서없이 한 건데…. - 주위에서 무척 기뻐했겠다. ▶ '아들이 딴따라나 한다'며 마뜩찮아 하시던 부모님도 크게 내색은 안 하셨지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더라. 원주에서 고깃집을 하는 매형은 '축 황정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이란 플래카드를 크게 만들어 가게에 걸었다더라. - 2005년 새해 목표는 무엇이었나. ▶ 첫번째 목표는 십일조였다. 99년부터 동네(서울 청담동)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십일조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그리고 '너는 내 운명'의 대박과 막연히 열심히 해서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뤄진 셈이다. 새해 목표는? ▶ 첫째는 2세를 만나는 것이다. 뮤지컬배우인 전수경씨의 쌍둥이 딸들을 보면 너무나 예쁘다. 노래도 잘하고 어찌나 귀엽든지. 아들 딸 상관없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집사람(뮤지컬 배우인 김미혜)과 나도 개띤데, 올해 애를 낳을 경우 집이 완전히 개띠 천지가 되는 것이다. 원래 싸이나 블로그를 잘 안 하는데, 애가 태어나면 홈피를 만들어줄까 생각 중이다. 제목은 '개세마리'로 할 것이다. 하하. ★ 더 큰 꿈을 품에 안을 2006년. 현재 충무로에서 황정민은 최고의 블루칩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캐스팅 0순위. 그 또한 "시골 주민 중 한명이었는데,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부담감을 표현했다. "진심을 다한 연기로 관객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다짐한 황정민은 현재 부산에서 영화 '사생결단'을 촬영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지난 한해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모두 받았다. 우문이지만 묻고 싶다. 만약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300만%' 관객이 먼저다. 우리가 하는 일이 평단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단에서 무슨 이야기하는지 별로 신경 안 쓰지만, 관객들의 리뷰는 열심히 읽어본다. 팬카페에도 열심히 댓글을 올리곤 한다. - 시나리오가 쌓일 텐데, '사생결단' 이후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새해 목표 중 또 하나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이나 뮤지컬도 반드시 할 계획이다. 배우의 활동 스펙트럼이나 장르는 다양해질수록 좋지 않겠느냐. 관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들이 더욱 풍부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 생각한다. 요즘엔 동료 배우들에게 같이 연극을 하자고 적극 제안을 하기도 한다. - 스포츠조선 장기애독자인데. ▶대학로 시절부터 스포츠조선을 구독해왔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겠느냐. 청룡영화상의 주최사이기도 하고 아이러브뮤지컬 운동을 해오는 등 공연 쪽에서도 스포츠조선은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길 바란다. 이후에도 영화와 공연 쪽 지면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스포츠조선 부산=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