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드림★메이커] 현진씨네마 이순열 대표

눈물 젖은 꿈을 지켜온 17년이다. 이성재 최민수 주연의 '홀리데이'(감독 양윤호)를 들고 19일 관객들을 찾아오는 현진씨네마의 이순열 대표. 충무로의 난다 긴다 하는 감독들이 사무실 앞에 줄을 서던 시절부터, 주머니에 1원 한장 없어 소주 한병을 사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 베테랑 제작자인 그가 영화 인생을 건 작품이라고 자신하는 '홀리데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유명한 지강헌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지강헌 사건 '홀리데이' 19일 개봉 돈 없어 촬영 중단 … 집 담보 대출도 캐스팅 최우선 순위는 배우 연기력 ◆ 백전노장도 힘든 게 영화. 이 대표는 '걸어서 하늘까지'를 시작으로 '그대 안의 블루', '개같은 날의 오후', '본 투 킬', '기막힌 사내들'을 제작한 백전노장. '허드슨 호크', '터미네이터 2', '유니버설 솔져' 등 40여편의 외화를 수입해 흥행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필름, 현진영화사 등의 대표로 승승장구하다 누적된 적자로 부도까지 겪었다. 전국에서 고작 2만6000여명을 동원한 '기막힌 사내들' 이후 30억에 달하는 부채를 안은 채 눈물의 세월을 보냈다. 서울 구로동의 한 사무실에서 빚 독촉에 시달려가면서 절치부심한 지 4년 만에 '조폭마누라'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홀리데이'. - 크랭크 인 이후에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중간에 현장 진행비가 없어서 카메라가 서기도 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내 집을 담보로 11억원을 빌렸다. - 집에서 반대가 심했을 텐데. ▶ 17년 영화 하면서 그나마 남은 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집사람이 불안해하긴 했지만 크게 반대는 안 하더라. 대신 '이번에도 망하면 완전히 영화계를 떠나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해서 썼다. 하하. - 아이들 스타를 내세운 영화가 아닌 만큼 투자가 결코 쉽지 않았겠다. ▶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아는 사람들한테 끌어와야 했다. 그러나 캐스팅할 때 가장 중시한 건 연기력이다. 배우 힘만으로 동원할 수 있는 관객수는 100만명이 끝이다. 진정한 대박은 시나리오 연출 등 모든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 꿈을 이루어주는 영화. 양윤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극중 지강헌으로 나오는 이성재가 악랄한 경찰관 최민수를 향해 "불쌍한 놈"이라고 오히려 비웃는 신. 없는 사람이 항상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조소인 셈이다. - '홀리데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 영화인으로서 바닥과 정상을 모두 경험한 인생 굴곡이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사실 두 동네엔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선,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적인 갭이 존재한다. 이 영화를 통해 그 틈을 조금이나마 메우고 싶다. - 최민수와 의형제와도 같은 사이라던데. ▶ 둘이 지금 똑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다. 17년 전 '걸어서 하늘까지' 때 캐스팅을 하려다가 무위에 돌아갔는데, 그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번 영화에 올인하는 그의 열정이 고마울 뿐이다. ◆ 마약과도 같은 영화. 2년 반 만에 개봉을 준비하는 이 대표는 "무섭다"고 표현했다. 배급이나 매체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놀라울 정도라는 설명. "'조폭 마누라 2'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도 달라진 환경이 당황스럽다. 앞으로 1년에 2개씩 만들어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 험난한 길을 결코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 대기업 샐리리맨도 해봤지만, 영화가 주는 짜릿한 쾌감은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다. 그런데 아들(이재성)이 올해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합격했다. 계원예고에 진학할 때 이미 단단히 약속을 했다.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은데, 제작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험난한 생활을 아들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 - 스태프들과 대박 꿈을 나눴다는데? ▶ 크랭크 업 파티 때 대대적으로 공약을 했다. 250만명 돌파시 관객 근사치를 맞힌 사람에게 3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스태프들이 써낸 평균 관객수가 545만명이더라. 하하. 그리고 300만명이 넘어서면 150여명에게 동남아 여행, 500만명이 넘으면 8박 9일 유럽 일주를 시켜주기로 했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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