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개의 시선' 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예술’을 편식하던 스크린이 먹성 좋은 잡식성이 되면서 빛을 보게 된 장르가 많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비껴있는 이들을 수면 위로 올린 인권 영화도 그 하나다.
‘여섯 개의 시선’(2003년)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두 번째 인권영화 ‘다섯 개의 시선’(13일 개봉)은 스크린의 향상된 소화력을 보여주는 작품. 장기(長技)가 서로 다른 5명의 감독이 만든 ‘작지만 큰 이야기’들이 웃음과 눈물의 옴니버스 조각보로 재봉됐다.
시선은 장애 소녀부터 탈북 청소년까지 분산·확장된다.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사진·감독 박경희)는 학교에서 ‘뚱보 메기’로 놀림 받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기죽지 않는 씩씩한 다운증후군 소녀 은혜의 일상을 담았다. 동심이 덧대져 웃음보를 자극하는 상황들이 인권 영화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을 걷어내고 담백한 감동을 준다.
‘주먹이 운다’의 류승완 감독이 만든 ‘남자니까 아시잖아요?’는 마초이즘에 결박된 사내의 주사(酒邪)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갖가지 차별을 압축한다. 2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남녀차별, 동성애 혐오, 학력 차별, 외국인 노동자 비하 등 견고한 편견 뭉텅이를 숨가쁘게 훑는다.
‘배낭을 멘 소년’(감독 정지우)은 북한 출신임을 숨기기 위해 말문을 닫은 소녀와 오토바이를 유일한 탈출구로 삼고 있는 탈북 소년의 방황을 그렸다. 흑백 화면의 비장함에 상처 받은 청춘이 돋을새김 돼 있다.
고문 당하는 학생이 아닌, 고문 수사관에 ‘비정규직’이라는 인권의 잣대를 들이댄 ‘고마운 사람’은 극 전체 흐름상 약간 돌출돼 있지만, 장진 감독의 기발한 역발상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송환’의 김동원 감독이 만든 ‘종로, 겨울’은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갔다가 동사한 중국동포 김원섭 씨의 이야기를 다룬 정통 인권 다큐다.
영화는 ‘인권’보다는 ‘영화’에 방점을 찍은 인권영화라는 점에서 한결 대중에 가까워졌지만, 옴니버스식 구성의 한계상 성긴 바늘 땀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