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햅스 러브' 사랑… 한 편의 뮤지컬이 아닐까

하지만 이 지점에서 진가신 감독은 보다 많은 집중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순간들은 두서없이 뒤섞이고, 액자 안의 ‘뮤지컬 사랑’과 액자 바깥 ‘현실 사랑’도 빠르게 교차한다. 대사 뿐만 아니라 노래와 볼거리로 무장한 화려함은 분명 시선을 빼앗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사랑의 절박함까지 비슷한 마술을 부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박한 소품에서도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그의 재능은, 어쩌면 동어반복의 덫에 빠져있는 지도 모르겠다.
한류스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지진희의 배역은 영화 초중반에 등장하는 천사 몬티. 이들의 기구한 삼각관계를 지켜보며 진정한 사랑을 일깨우고, 잘못 편집된 삶의 필름을 되돌려 주는, ‘착한’ 역할이다.

소박하지만 절박했던 멜로 ‘첨밀밀’로 사랑받은 홍콩의 진가신 감독은, 최근 장르의 혼성이 영화 미래의 한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신작 ‘퍼햅스 러브’(5일 개봉 예정)는 더없이 화려한 뮤지컬로 세 연인의 엇갈리는 사랑 증오 질투 복수를 담아낸다. 홍콩에서는 35년 만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 ‘뮤지컬 영화’는 기존 멜로 드라마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지만, 그 스케일 때문에 놓친 것은 없는지를 되묻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초고층빌딩이 지배하는 현재의 상하이. 명감독 니웨(장학우)가 찍는 새 영화의 남녀 주인공 지엔(금성무)과 손나(주신)는 사실 옛 연인이다. 10년 전 베이징. 영화감독을 꿈꾸는 지엔은 가난하지만 순수한 청년이었고, 손나 역시 처음부터 탐욕스러웠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스타를 꿈꾸는 손나에게 허름한 남자친구는 성에 차지 않았다. 지엔의 동료가 감독데뷔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하루 아침에 그를 버린다. 그리고 다시 10년의 세월이 흐른다.
진가신 감독은 드라마와 뮤지컬이라는 다른 무늬의 외피(外皮)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교직(交織)하면서 멜로의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현재의 상하이에서 손나가 욕망하는 대상은 흥행 감독 니웨. 자신을 톱스타로 키워주고 또 앞으로도 유지시켜 줄 인물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여기서 사용하는 장치가 뮤지컬을 이용한 액자 구성. 니웨가 새로 찍는 영화의 형식 역시 뮤지컬이며, 그 뮤지컬영화의 내러티브 역시 액자 바깥의 니웨 지웬 손나의 인생과 고스란히 겹쳐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