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산행] 능경봉 ~ 고루포기산

능경봉 ~ 고루포기산 대관령 일대 한눈에 조망되는 눈꽃 산행로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오목골～횡계 4～5시간 소요

▲ '대관령 전망대' 에서 내려다본 대관령 전경. 눈이 덮이면 장관이라는 게 현지 등산인들의 자랑이다.

“이거, 남한 최대의 눈꽃마을이라는 자랑이 영 쑥스럽구먼.”

충청?호남 서해안은 12월 초부터 10여 일씩 폭설이 내려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정작 눈으로 뒤덮여야할 대관령 주변은 올 겨울 들어 눈 소식이 거의 없었다. 그 하얀 눈을 학수고대하다 내려간 12월19일에도 아쉽게 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아직까지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백두대간 대관령 잿마루에 자리한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는 우리나라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부근은 황병산, 발왕산, 오대산 같이 해발 1,500m 내외의 산봉우리들이 연이어 있어 한겨울이면 키를 넘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그 눈은 보통 11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자그마치 5～6개월 동안이나 쏟아진다. 적설량도 최소 1m에서 최고 3m 정도에 이른다.

이중에서 선자령(1,157m)과 능경봉(1,123m)은 매년 1월 횡계리 주민들이 여는 대관령 눈꽃축제의 등반대회 대상지로 애용되는 산봉우리다. 대관령 북쪽의 선자령은 강릉 시내와 동해의 파란 물결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고, 남쪽의 능경봉은 대관령을 멀리서 통째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능경봉 정상에서 고루포기산 전의 안부로 이어진 능선길. 2003년1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옛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휴게소의 널찍한 주차장엔 최근 설치한 풍력발전기 두 대가 서있고, 예전의 휴게소를 개조한 신재생에너지전시관도 있다. 주차장에서 동쪽을 보면 긴 계단 위로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우뚝하다. 방풍의를 완벽히 갖추어 입지 않으면 금방 동태가 될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곳이다. 북서풍이 불 때 바람을 등지고 오르다보면 단숨에 영동고속도로 기념비까지 밀려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기념비에서 강릉 시가지와 경포호, 그리고 동해바다를 굽어보면, 기념비 우측으로 능경봉 등산로 안내판과 ‘능경봉 1.8km, 제왕산 2.7km’ 팻말이 보인다. 산책로 같은 평탄한 능선길을 700m 정도 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기념비에서 이곳까지는 북서풍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없다.

▲ 능경봉에서 고루포기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대부분 이렇게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거센 바람을 막아준다.

초소 바로 옆에 샘터가 있는데, 눈에 덮여도 호스를 따로 빼서 물을 받을 수 있게 해두었다. 산불감시초소엔 감시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여느 해 같으면 철수했어도 벌써 철수했어야 할 판인데, 아직 눈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월 하순엔 분명히 허리까지 덮이는 눈이 내리겠지요.”

감시원 아저씨의 확신에 찬 말투에 위안을 삼는다.

길은 초소 앞에서 갈린다. 초소 앞을 지나는 임도는 제왕산(840.6m)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오늘 취재팀이 가야할 능경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초소 바로 왼쪽 옆으로 뚫려있다.

숲길로 들어서면 빼곡한 참나무들이 북서풍을 막아줘 조금 아늑하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20여 분 걸은 뒤 조금 가파른 사면을 5분쯤 오르면 능선 위에 닿는다. 왼쪽 아래로 영동고속도로가 내려다보고, 그 너머로는 빈 나뭇가지 사이로 동해도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