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희한하네…웃다가 불쾌해지네

늘 얻어맞기만 하는 고교생 병태(재희). 그의 유일한 소원은 ‘맞지 않는 것’이다. 공부도 관심 밖이고, 여자친구도 나중 일이다. ‘특공무술’ 도장에도 다녀보지만 허사일 뿐. 포기하고 돌아온 동네 독서실에서 병태는 마침내 ‘귀인’을 만난다. 허름한 방 하나에서 장기투숙하고 있는 정체 모를 중년, 오판수(백윤식). 무협지 읽다 지쳐 쓰러져 자는 처량한 백수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싸움의 절정 고수’다. 병태는 무릎을 꿇고 제자를 자처한다.

‘싸움의 기술’(5일 개봉)의 도입부는 매력적이다. ‘싸움’과 ‘기술’이라는 단어의 조합도 참신하지만, “강해지고 싶습니다”(재희) “너희 집에 돈 좀 있냐”(백윤식) 식의 부조리극 같은 코미디 대사도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거기까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남은 것은 묘한 불쾌감이다. 그 불쾌감은 이런 의심 때문이다. ‘학원 폭력에 대한 고발’ 등으로 포장한 채 고교생의 폭력과 욕설을 상업적으로 소비하고, ‘성장 영화’의 외피를 쓴 채 내면의 성장보다는 싸움 기술 성장(成長)에만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 않으냐는 것. 백윤식 재희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코미디를 기대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웃는 순간보다 눈을 가리고 싶은 순간이 더 자주 나온다.
“안 싸우고 이기는 게 최선이야” “인생 그 자체가 싸움이야”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거야”라는 식의 대사는 언뜻 인생의 성찰을 담고 있는 잠언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손목을 칼로 베거나 나무젓가락을 분질러 인체의 일부에 꽂아 넣는 비주얼을 보고 있자면, 그 대사의 진정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