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백윤식, "제 구라 한방이면 피똥 쌉니다"

"피똥 한번 싸 볼래?" 차가 밀려 약속된 인터뷰 시간보다 좀 늦었더니 기자를 본 백윤식이 대뜸 한 마디 던진다. 예의 그 범접할 수 없는 말투로. 물론 농담이긴 했지만, 영화 '싸움의 기술'(감독 신한솔,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을 미리 봤던 기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로 쉰아홉.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스크린 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백윤식과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벤처정신'으로 시작한 연기 인생 "일제 강점기가 36년이잖아요. 제가 딱 그만큼 됐네요." 어느덧 36년에 접어든 백윤식의 연기 인생. KBS 공채 9기 탤런트로 연기인생을 시작해 남들은 황혼에 접어들 나이에 꽃을 피우고 있다. 중-고교 시절 내내 '벤처정신'과 '의협심'으로 살아왔다는 백윤식. 대학 진학과 진로 결정의 계기도 이같은 '벤처정신'에서 비롯됐다. "원래부터 '꼭 연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사춘기 때는 누구나 이쪽(연기)으로 시선을 한 번 주게 마련이잖아요. 저는 그 시선을 금방 떼지 않고 계속 뒀을 뿐이죠.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7기)도 미지의 분야를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죠." ★나는 'TV 문학관' 최다 출연자 긴 연기 경력이 말해주듯 백윤식은 그동안 안 맡아본 배역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과거 KBS의 간판 드라마 프로그램이었던 'TV 문학관'은 컬러TV 첫 방송편인 '을화'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최다 출연 기록을 갖고 있단다. '전설의 고향'도 단골 출연 프로그램. 점잖고 중후해 보이는 외모와 목소리 탓에 주로 고뇌하는 지식인이나 예술가 등 '있어 보이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활화산처럼 터진 웃음의 본능 그러다가 지난 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을 계기로 백윤식은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웃음의 본능'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항상 무표정한 얼굴에서 툭툭 던지는 변형된 바리톤 음성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활동 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긴 후에도 그 저력은 더욱 빛났다. '지구를 지켜라', '그때 그 사람들', '범죄의 재구성' 등을 거치며 어느새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제가 원래 낙천적이고 '구라'도 좀 센 편이에요(웃음). 하지만 그걸 발산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가 저를 재발견해 준 셈이죠." ★연기는 무한도전 "무슨 일이건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연기에는 목표의 한계치라는 게 없어요. 끊임없는 도전이죠. 그게 바로 제가 계속 연기를 해 왔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더욱 '페이소스'가 있는 웃음을 주고, 질리지 않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백윤식의 소망이다.　"좋은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무대가 어디든…. 배우로서 가진 걸 모두 다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