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국경의 남쪽', 5분분량 촬영에 5억 투입

잃은 것은 살이고, 얻은 것은 든든한 '빽'이다. 7일 전북 전주시 소리문화의 전당.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플래카드가 휘날리는 가운데, 인민군복을 입은 수백여명이 왔다갔다한다. 그중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단 차승원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북한 만수대예술단의 호른 주자 선호로 나오는 차승원은 부분 가발을 이용해 '8:2 가르마'의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두달여 동안 특훈을 받았기 때문인지 호른을 연주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 얼굴이 반쪽이다. 영화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 제작 싸이더스 FNH)의 극중 캐릭터에 맞춰 영화 '혈의 누' 이후 10여kg을 확 뺀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국경을 넘어온 북한 청년이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사랑을 그려내야 하는 만큼, 체중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 탈북자 출신 의사에게 석달여간 평양 사투리를 배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한 차승원은 이 악물고 역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단기간에 살을 뺐다.

이런 그를 두고 싸이더스 FNH의 차승재 대표는 "이전엔 왠지 오만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처음 같이 작업을 하면서 반했다. 카메라 밖에서는 톱스타라는 점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항상 겸손하다.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해 배려를 하는 자세는 만점을 받을 만하다.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에 이어 두번째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추는 안판석 감독도 "복잡 미묘한 감정을 걸음걸이 하나로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다. 오래 기다려 캐스팅한 보람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날 촬영신은 '국경의 남쪽'에서 차승원이 북한을 탈출하기 직전 공연을 하는 장면. 영화 속에선 5분 정도 분량인데, 총 5억원이 투입됐다. 70억원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멜로영화답게 제대로 힘을 준 장면이다. 1000여명의 보조 출연자에게 입힐 인민국 군복 등의 옷을 중국에서 공수해왔고, 뮤지컬 '명성황후’출연진을 캐스팅해 북한의 공연 '당의 참된 딸'을 사실감 넘치게 재현했다. 하루 대여비만 2000만원이 넘어서는 특수조명도 동원됐다. 스케일이 크다 보니 오전 일찍 시작된 촬영은 해가 저물어가는 데도 끝날 기미를 보이고 않고, 스태프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계속되는 NG에 보조 출연자들은 지쳐만 가는데,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차승원. 자리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난 차승원은 호른 즉석 연주로 촬영장 분위기를 순간 '업'시켰다. 나이스 가이답게 현장 엑스트라들까지도 단숨에 자기 팬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과시한 것. 깊어가는 전주의 밤을 호른 연주로 아름답게 물들인 차승원. 극중 북의 연인 조이진, 남의 연인 심혜진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그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는 4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스포츠조선 전주=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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