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드림★메이커] '무도리에 꽃이 핀다' 최주봉

마흔다섯에야 비로소 '배우'로 이름 석 자를 알렸고, 환갑에 생애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았다. '배우' 최주봉(61). 2년 만에 영화 '무도리에 꽃이 핀다'(가제ㆍ 감독 이형선, 제작 싸이더스FNH)로 화려한 컴백을 준비 중인 최주봉을 만나 인생과 연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 축하드린다. 영화 주연을 맡았는데. ▶ 그저 쑥스럽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소풍 가기 전날의 아이처럼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 원래부터 배우가 꿈이었나. ▶ 그렇다. 어릴 적부터 '활동사진'을 본 다음날이면 꼭 장독대에 올라가서 따라하곤 했다.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도 상과대학에 간다고 거짓말을 해서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합격자 발표날, 상과대학이 아닌 연극영화과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집안이 완전히 뒤집혔다.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의 설득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오늘날 배우 최주봉이 있을 수 있었다.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 같다(웃음). - 왜 연극을 하다가 TV로 갔나. ▶ '갔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연극은 영원한 내 마음의 안식처로 아직도 1년에 한 편 이상씩 한다. TV는 KBS 통폐합 당시 '먹고 살기 위해' 출연했다. 그때는 '전설의 고향'이나 '단막극' 등에 단역으로 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 '한지붕 세가족'의 '만수아빠', '왕룽일가'의 '쿠웨이트 박' 등 코믹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 ▶ 내가 주연할 얼굴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일찌감치 '주제 파악'을 하고 개성을 부각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렇다보니 코믹한 캐릭터가 나의 '적역'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왕룽일가'에서 '쿠웨이트 박'이 하모니카를 부는 신이 있었는데, 도무지 하모니카 실력이 늘지 않았다. NG가 계속 나길래 "대신 노래 한 번 해보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이후 '쿠웨이트 박'이 부른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 - 한창 배우로 입지가 탄탄했을 때 서울시 뮤지컬 단장을 맡았었는데.

▶ 원래 서울시 뮤지컬단 연기 지도위원을 맡는 등 애착이 많긴 했지만, 단장직 제의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한참 고민하다가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수락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행정직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후련하게 배우 최주봉의 길을 갈 생각이다. -아들(최규환)도 대를 이어 연기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 고2 무렵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더라. 처음엔 많이 반대했다. 이 바닥이 힘든 건 내가 겪어봐서 잘 알지 않느냐.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두 손 들었다. 다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지라고 늘 강조한다. 기초가 확실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 만이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앞으로 계획은. ▶ 일단 영화 촬영을 마친 후 드라마를 한 두 편 할 생각이다. 물론 연극은 항상 기본이고…. 일을 계속 찾아 나서야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 젊은 연기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간단하다. 한눈 팔지 말고 '바보같이' 하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당돌하고, 허우대도 좋다. 한마디로 재료는 좋다. 다만 여기저기 곁눈질하지 말고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