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 무죄를 위한 알리바이의 재구성

“여보, 바람은 피워도 나한테 들키지는 말고 해.” 이제 빈말이라도 이런 말은 삼가야겠다. 바람 피운 ‘흔적’을 감쪽같이 없애주는 뒤처리 전담반이 언제 어디서 출동할지 모르니까.
거짓말이야말로 이 사회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라 믿는 레이(스티브 쿠간)는 유능한 ‘알리바이 컨설턴트’다. 외도하는 사람들이 들키지 않도록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게 그의 주 업무. 남의 뒤를 캐는 흥신소(興信所) 직원과 경쟁 관계인 셈이다. 단 ‘꿀은 팔아먹되 꽃은 꺾지 않는다’는 철저한 직업 윤리에 입각, 범죄를 위한 알리바이는 절대 사절이다.
레이는 섹시한 파트너 롤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와 완벽한 콤비 플레이로 ‘업계’를 평정한다. 그러나 알리바이를 위해 신분을 바꾼 VIP 고객의 골칫덩이 아들이 파트너를 죽이는 바람에 일이 꼬인다. 결국 레이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객을 위한 ‘알리바이 컨설턴트’가 아닌, 자신을 위한 ‘알리바이 메이커(maker)’가 된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알리바이’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 열 스타 안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재의 참신함이 빛을 발한다. 범죄, 사기, 살인 등 어둠의 이미지를 드리운 알리바이를 당당히 유망 창업 아이템 대열에 올린 발상부터가 영화에의 흡인력을 끌어 올려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이라이트는 레이의 총 지휘하에 26명의 등장 배우가 동원돼 엘로이 호텔에서 펼치는 ‘알리바이 총정리판’. 여러 개의 알리바이가 촘촘히 얽혀 긴박하게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매트 체코우스키, 커트 마틸라 두 신인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지능 플레이’에만 집착한 나머지 관객의 이해를 돕는 배려는 턱없이 부족한 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퍼즐 조각 맞추는 데 애를 먹는 관객들이여, 머리 뜯지 마시라. 평균 지능도 맞추기 힘든 고난도 퍼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