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千慮一失

〈제9보〉(124~143)=자체로 호처(好處)임은 분명한데도 문제수란 누명(?)을 쓰는 경우가 종종 등장한다. 바둑의 또 하나 어려운 점이다. 수순(手順)이 어긋나거나 사전 공작이 생략됐을 때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 바둑에선 ‘시간’과 ‘공간’이 합치할 때만 좋은 수가 된다.
124는 요처이되 선행 수순이 빠졌다. 백 ‘가’, 흑 ‘나’, 백 ‘다’로 중앙을 제압한 뒤 뛰어들었어야 했다. 쫓기던 흑이 즉각 125, 129 등으로 반격해오니 자세가 만만치 않다. 서로 끊기면서 백에게도 약점이 생긴 것. 기세 좋게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진격해 간 124 한 점의 처지도 묘해졌다.
130으로 131 자리에 젖히면 흑도 2단 젖혀 리듬을 탄다. 132는 124 한 점 구출 작전인데 133이 안성맞춤. 136까지, 백이 도처에서 급소자리를 얻어맞으면서 형세도 다시 아리송해졌다. 137은 구리다운 강타. 보통은 참고도이지만 12까지의 변화는 백 만족이다. 12론 A를 선수하고 둘 수도 있다. 143이 아프다. 순식간에 위기에 빠진 백의 대응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