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계두식 이번엔 윤리교생 됐어요!"

촬영장서 노숙 좀 했죠~" 영화배우 정준호가 인터뷰차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모두들 한 눈에 그를 못 알아봤다.　가운데 머리 부분을 곧추 세운 복고풍의 헤어 스타일과 뿔테 안경, 컬러풀한 원색 의상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이 모습이 '투사부 일체'의 컨셉트냐?"고 묻자, "새해를 맞아 독자들에게 처음 인사드리는 만큼, '예의' 차원에서 있는 대로 '힘'을 줬다"며 씩 웃었다.　역시 '젠틀맨'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공동제작- 캐스팅 등 '1인 다역' ★ 국민영화(?) 제작자 정준호 정준호는 '투사부 일체'(감독 김동원, 제작 시네마제니스)에서도 조폭 2인자 계두식 역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1편과 달라진 상황이라면, 고교생에서 윤리 과목 교생이 됐다는 것. 여전히 멋진 척은 하지만, 얼마 안 가 무식함이 들통나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정준호의 표정에는 역할 분위기와 다르게 사뭇 비장함이 느껴진다. "'두사부 일체'는 국민 영화라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해외의 외진 마을을 가더라도 한국 교포를 만나면 '영화 잘 봤다'는 인사를 받곤 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려고 공동 제작을 맡아 기획과 캐스팅, 제작 진행 등 영화 전반에 참여했다. 최선은 다했으나, 막상 개봉일이 다가 오니 다소 긴장된다."　정준호는 수 많은 국민들이 볼 것이라는 생각에 1편보다 폭력신과 욕설의 등장 회수 및 강도를 대폭 순화시켰다고 한다. 덕분에 영화는 전편과 달리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두달만에 '번개 촬영' … 긴장감 더해 ★ 아무나 되는 두 달 코스가 아니야! 기억을 더듬어 보면 '투사부 일체'의 촬영이 시작됐다는 소리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개봉일이 다가왔다. "서로의 스타일을 꿰뚫고 있어 촬영 속도가 빨랐다. '척 하면 탁'하는 식으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배우들도 목표했던 설 개봉에 맞추기 위해 일주일에 6~7일을 촬영장에서 보내줬다." 정준호는 '빨리 찍어 깊이가 떨어질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길 거듭 당부했다. "타이트하게 촬영하게 되면 배우들이 적절한 긴장감을 가져 연기에 대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오히려 김동원 감독은 베테랑 CF 감독 출신 답게 두고 두고 회자될 명장면들을 많이 담아냈으니 기대해 달라." 출연장면 빼버릴까봐(?) 먹고 자고… ★ 제작비의 대부분은 밥값?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지만, 남자 넷이 모이니까 제작비(?)가 거덜났다. 정준호는 "워낙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되고 배우들끼리 사이도 돈독하다 보니 아예 촬영장에 눌러 사는 일이 많았다"면서 "순 제작비 37억원 가운데 식비 비율이 유난히 높은 영화가 될 것"이라며 즐거워 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촬영장 노숙 사태'의 또다른 진실을 공개했다. "일이 있어 촬영장을 비우면, 출연 장면의 내용이 바뀌거나 빠지는 일일 종종 발생했다. 감독님이 배우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려고 교묘히 술수(?)를 쓴 것인데, 모두 서로 눈치들을 보다가 아예 촬영장에 눌러 살게 됐다(웃음). 서로 잘 지내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영화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은 것 같다." 한 시간 넘게 영화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그에게 문득 결혼 관련 질문을 던졌다.　금새 청산유수 달변가의 모습은 사라지고, 고개를 갸웃하며 멋쩍은 미소만 머금는 '익숙한 정준호'로 돌아와 있었다. 왠지 '투사부 일체'라도 잘 되야지, '인륜지대사'도 외면하고 살아가는 저 '노총각'의 삶이 다소 공평해질 거 같다는 기분이 든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