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강변’ 주인 바뀔까

한국 멀티플렉스의 상징인 ‘CGV강변 11’의 주인이 바뀔까. 중견제작사 LJ필름(대표 이승재)이 16일 거래소 상장기업인 ㈜이노츠(대표 백종진)에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2006년 충무로 지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노츠 엔터테인먼트(가칭)는 연예인을 등에 업은 연예기업의 코스닥 ‘우회상장’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제작과 투자배급,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충무로 3강’으로 불리는 CJ와 쇼박스, 롯데가 배급과 극장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이노츠는 제작까지 겸하는 ‘통합 스튜디오’를 건설하겠다는 것. 연간 10여 편 제작과 배급, 3년 내 극장점유율 20% 확보 등 이들의 구상대로라면 한국 영화계에는 CJ 급의 거대 기업이 또 하나 출범하는 셈. 하지만 현재로서는 ‘장밋빛 그림’일 뿐이다.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1998년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인 ‘CGV강변 11’과 지난해 문을 연 ‘CGV명동 5’의 ‘운명’, 그리고 LJ필름 이승재 대표와 엔터테인먼트업계 최강자 CJ와의 ‘인연’이다. 이노츠가 계열사로 속해 있는 프라임 그룹은 부동산 개발과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프라임 산업이 모태. 프라임 산업은 바로 ‘CGV강변 11’과 ‘CGV명동 5’이 세든 건물의 주인이다. 특히 ‘CGV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강변 CGV’의 10년 계약 만료일이 2008년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이노츠 측은 2008년 ‘CGV강변 11’을 ‘프라임 시네마’(가칭)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측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강변의 경우 20년 계약”이라며 “어길 경우 100억원 가까운 위약금을 내야 한다”며 ‘위기설’을 일축한다. 하지만 이노츠 측의 한 관계자는 “10년 만기 계약이며 추가 10년의 우선순위가 CGV에 있을 뿐”이라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제작·배급을 총괄했던 신상한 영화사업본부장도 이노츠에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노츠 출범의 핵심 인물인 LJ필름 이승재 대표의 행보도 공교롭다. 충무로 중견 제작자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과 ‘주홍글씨’ 등을 제작한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CJ엔터테인먼트 이미경 부회장에 의해 발탁돼, CJ엔터테인먼트의 해외영화제작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지만 CJ측과 이 대표의 ‘밀월’은 석연찮은 이유로 지난 연말 깨졌다. 이후, 1월 9일 ㈜CJ가 CJ엔터테인먼트의 지주회사 부문을 합병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직접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원·주도 한다는 것이었지만, 충무로에서는 그룹 내부의 갈등설이 떠돌고 있다. CJ 이름으로 발표될 예정이었던 2000만 달러짜리 글로벌 프로젝트 ‘줄리아’도 이노츠의 이름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줄리아’는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의 부인인 줄리아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으로 할리우드 메이저인 유니버설 포커스와 이노츠가 50대 50으로 합작해 전세계에 배급하며, 이달 30일 양쪽의 마지막 사인만 남겨둔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