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모노폴리'

'악마와 천재… 위험한 더블게임'이라는 묘한 카피를 내건 영화 '모노폴리'(감독 이항배, 제작 한맥영화). 그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서울 청담동의 한 가라오케를 찾았다. 이날 촬영분은 존(김성수)과 함께 상류층들만 모이는 카지노를 찾아간 경호(양동근)가 이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 참 묘한 분위기의 촬영현장이었다. 너무도 조용한 분위기. 게다가 딜러 역의 여배우를 제외하고는 온통 양복 입은 남자배우들 밖에 없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악마적 카리스마를 가진 승부사 '존' 역을 맡은 김성수의 한층 달라진 연기가 눈에 띄었다. 전작(드라마 '변호사들')에서 악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던 김성수는 이제 '옴므파탈'이 적역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반면, 양동근은 외모에서부터 그동안 팬들에게 강인하게 각인됐던 '구리구리'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우선 완전히 편 머리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한때 프로복싱 프로모터 돈킹을 연상시킬 정도로 붕 떴던 곱슬머리는 그의 말투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찰랑거리는 머릿결 표현을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마다 옆에서 스태프가 에센스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도 색다른 풍경. 강한 외모와 반듯한 이미지의 김성수와 왠지 헐렁한 이미지의 양동근.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네 살 터울의 '투톱'은 의외로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 이 둘의 대화를 지켜보면 마치 만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극중 천재적인 컴퓨터 해커 역을 맡은 양동근에게 실제 컴퓨터 실력을 묻자 양동근이 간결하게 말했다. "저 사실은 '컴맹'이에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연기를 해요?"(기자) "그러니까 '연기'죠. 캐스팅 되고 나서 타자연습을 시작했는데 이제 한 150타는 쳐요." 그러자 '안 웃길 것 같은' 김성수도 기어이 한 마디 거든다. "저도 사실은 주식의 '주'자도 몰라요. 헤헤." '모노폴리'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력을 통해서 세상을 호령하고 싶은 한 남자(김성수)와 그 남자의 악마적 카리스마에 매료된 또 한 명의 남자(양동근)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수도 있는 색다른 갈등과 대결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이 첫 연출작인 이항배 감독은 "우리 영화의 매력은 계속되는 반전에 있다"며 "당돌한 말 같지만 미리 그 반전이 공개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크랭크인 해 촬영이 95% 이상 끝난 '모노폴리'는 오는 3월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