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부일체' 김상중, 20여년전 고교시절의 추억

'두사부일체'에서 정준호(계두식)를 학교로 보냈던 조직의 카리스마 김상중. 그가 속편 격인 '투사부일체'에선 직접 고등학생으로 변신했다. 자신이 들어간 학교에 교생으로 부임한 정준호에게 출석부로 사정없이 뒤통수를 구타당하고, 지각생으로 찍혀 회초리로 훈육을 받는다. 이전에 보여줬던 보스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말 그대로 '어리버리 고삐리'다. 망가져도 이렇게 망가질 수가 없다. 이쯤되니 슬쩍 그의 '진짜' 고교시절이 궁금해진다. 20여년 전 고교생 김상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연극한답시고 머리 귀밑까지… 전국대회 우수상 받고 '면죄부' ◆ 긴머리 소년 80년대 초반 휘몰아치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교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상중이 서울 용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82년. 학창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두발 자유화 조치가 이뤄졌다. '연극학도' 김상중은 연극을 핑계로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귀밑까지 길렀다. 동급생들 중에 가장 긴 모발을 자랑(?)했다. 덕분에 학생주임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당하기 일쑤였지만 전국청소년연극대회에 나가서 우수연기상을 받아오자 모든 게 용서됐다. 연극을 하기 위한 장발, 그 외엔 정말 평범하게 지냈다. 군대간 사촌형 대신 '판돌이' ◆ 금성다방 DJ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인터뷰 분위기가 무르익자 슬슬 '무용담'이 나온다. 하이라이트는 미성년자 출입불가의 다방에서 DJ를 봤던 유쾌한 추억. 경희대 앞의 금성다방이었다. 거기서 DJ를 보던 사촌형이 갑자기 군대에 가게 되면서 'SOS'를 쳤다. 후임자가 올 때까지 한 달만 봐달라는 것. 연극과 함께 팝송에 빠져 있던 김상중은 쾌재를 불렀다. 한 달동안 장발에 기름 바르고, 도끼빗을 뒤에 꽂은 채 리퀘스트 판을 돌렸다. 뭐 평범하게 지냈다고? 망가진 고교생역 … 아! 내 카리스마는 어디로 ◆ 므흣, 지대, 열공, 출첵 사실 카리스마하면 떠오르는 배우 김상중이 속절없이 망가진 고교생 역할을 하기엔 고민이 많았다. 아무리 그때 그 시절 '좀 놀았다'고 해도 한번에 너무 많이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었다. 지금껏 그가 출연했던 작품만 봐도 그렇다. '아나키스트'(2000년)의 의열단 멤버 '한명곤', '자카르타'(2000년)의 완벽주의 범죄자 '해룡' 등 뭐하나 가벼운 구석이 없는 캐릭터였다. 표정없는 얼굴과 매서운 눈빛, 낮고 또렷한 중저음의 보이스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김상중의 이미지를 대변했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열정과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같은 후배들과의 팀워크가 그에게 믿음을 줬다. 얼굴 표정에서 힘을 빼고 요즘 10대를 연구했다. "므흣한(흐믓한) 분위기, 지대(최고로) 열공(열심히 공부)하세요."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20여년 전 고교생 김상중을 다시 읽었다. 그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투사부일체'는 19일 개봉한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