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녀라면', 서로다른 두자매 '가족애'의 재발견

지난 12일 개봉된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은 카메론 디아즈의 섹시한 자태를 강조한 포스터 등등 때문에 자칫 '로맨틱 코미디'로 오해하기 쉬운 영화다. 이렇게 운을 뗐으니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영화는 겉포장과는 다른 씁쓰레한 뒷맛을 남기며 표표히 흘러간다. 색기 넘치는 외모를 자랑하는 매기(카메론 디아즈)는 투박한 외모의 일중독자인 언니 로즈(토니 콜레트)에게 빌붙어 산다. 만날 때 마다 으르렁대는 두 자매지만 홀아버지 밑에서 의지하며 자란 터라 남모르는 끈끈함을 서로 느낀다. 하지만 매기가 제 버릇을 못 버리고 간만에 건진 로즈의 멋진 남친을 유혹하면서 둘의 동거는 박살나 버린다.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 집에도 못 돌아가던 매기는 우연히 외할머니 엘라(셜리 맥클레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멀리 플로리다로 향한다. 염치불구하고 엘라의 집에 뿌리를 내린 매기를 엘라는 묵묵히 뒷바라지 한다. 꼬장 꼬장한 엘라를 너그럽게 만드는 건 매기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딸인 캐롤라인이 죽기 전에 남긴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왔던 로즈와 매기, 엘라는 딸들에 대한 캐롤라인의 애틋했던 모성애의 자취를 느껴 가며 조각 조각 품고 있던 가족애의 퍼즐을 차츰 완성해 간다. '당신이 그녀라면'은 제니퍼 와이너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답게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자랑한다. 개별적으로 따로 놀던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들은 캐롤라인의 죽음을 중심점으로 서로 리드미컬하게 대칭되고 합쳐 되면서 가족애라는 주제로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물론 등장 인물 모두를 해피엔딩으로 몰아가는 구도는 다소 진부하고 상투적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으나, 영화는 다양한 장면 전환과 인상적인 에피소드들,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실감 만점의 대사들을 적절하게 연결 고리로 활용하며 감흥의 맥을 이어간다.　이밖에 노을을 향해 우두커니 선 채 홀로 자책하는 매기의 모습 등의 감정신들은 감칠 맛 나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울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카메론 디아즈, 토니 콜레트, 셜리 매클레인 등 신구를 넘나드는 할리우드 스타들은 이름값에 어울리는 절제된 내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부모, 형제들과 함께 해도 어색하지 않을 영화로 '강추'다. 러닝타임 130분.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