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설경구 "무뚝뚝한 나도 눈물 '쏙~'"

설경구를 인터뷰할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 "진한 멜로 영화 한 편 하라"고. 카메라 밖에서 설경구는 킹카 그 자체다. 일단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초장부터 피식 피식 웃게 만들고, 최소 5분에 한 번은 박장대소를 하게 한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소탈한 태도도 매력 만점. 그래서 그가 처음 도전한 본격 멜로 영화 '사랑 을 놓치다'(감독 추창민, 제작 시네마서비스)는 기획 때부터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포효하듯 열정으로 스크린을 채워온 설경구의 사랑은 어떤 색깔일까. 10년 세월 가슴 아린 '엇갈린 만남' 26일 개봉되는 '사랑을 놓치다'는 오랜 시간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두 남녀를 그렸다. 사랑이 그러하듯, 우재(설경구)와 연수(송윤아)는 서로 등을 쳐다보며 평행선을 달린다. 우재가 오른쪽으로 등을 돌리면, 연수도 오른쪽으로 도는 식이다. 상처가 덧나길 수차례, 딱지 앉고 흉터까지 희미해진 연수에게 뒤늦게 다가서는 우재. 눈물 흘리며 떠나는 우재를 차마 잡지 못하고 또 다시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연수. 예방주사도 없는 병이라면, 속전속결로 앓아버릴 수 있다면, 그리고 툴툴 털어버릴 수 있 다면 좋으련만, 사랑에 지름길이 어찌 있을 수 있을까. 우재와 연수의 엇갈린 사랑은 10년여의 세월을 함께하며 무수히 많은 눈물과 한숨을 만들어낸다. 눈에 '힘' 빼고 멜로 도전 "과연 설경구"

"남자들, 원래 그래요. 사랑 앞에선 천하의 누구 라도 바보가 되거든요." 멈칫멈칫하는 우재의 모습은 그래서 많은 영화 팬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애써 사랑 고 백을 했으나 거절당하고 돌아가는 길에 흘리는 우재의 눈물 앞에서 시사회 관객들은 눈시울이 뜨거 워진다. '역시 설경구'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날 것 그대로의 사랑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곳곳에 타이밍 절묘한 애드리브로 윤기까지 더 했다. 영화 '광복절 특사'에 이어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송윤아와의 찰떡궁합도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역도산' 후유증 털어준 고마운 작품 '사랑을 놓치다'는 설경구에게 여러 의미가 있다. 2004년 말 '역도산'을 끝내 놓고 그는 심한 무기력증에 빠졌다. 급격한 체중 감량의 후유증 때문인 듯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는 듯 한 상태를 경험했다. "7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했어요.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기분이었으니까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영화에서 설경구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폭소탄을 곳곳에서 터뜨리는 데 성공한 것을 보면, 완전히 원기가 회복됐다는 증거. 다음작 '열혈남아' 서도 감동은 계속~ 현재 설경구는 전라도를 돌며 영화 '열혈남아'를 촬영 중. 일주일간의 짧은 연극('러브레터') 나들이에서 얻은 에너지로 카메라를 꽉 채우고 있다. "'사랑을 놓치다'에서 촌아낙네처 럼 보여야 한다며 일부러 얼룩이 생기게 피부를 태운 이휘향 선배님을 보고 감동했다. '열혈 남아'에선 나문희 선생님을 보면서 아직도 배워야 할 게 산더미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의 끝 없는 연기 욕심은 충무로를 풍성하게 해줄 값진 자산이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