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 "로즈 번, 21번째 '본드 걸' 낙점"

최근 호주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자국의 여배우 로즈 번이 새로운 '본드걸'로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흑인 여배우 댄디 뉴턴의 캐스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 번이 아직 공식 '본 드걸'이 된 건 아니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 스칼렛 요한슨, 샤를리즈 시어런, 제시카 알바, 나오미 와츠 등 '난다 긴다' 하는 여배우들은 이미 '본드걸' 제의를 거절한 상태. 번이 되든 뉴턴이 되든 과거에 '본드걸'을 맡았던 여배우들보다는 '급'이 한창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본드걸이 이토록 '찬밥신세'가 됐을까. 영화 관계자들은 '본드걸의 저주'를 첫번째 요인으로 꼽고 있다. '본드걸의 저주'는 흑인 여성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할리 베리의 몰락을 보고 호사가들이 '펠레의 저주'에 빗대 만든 말. 지난 2002년 '몬스터볼'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할리 베리는 공교롭게도 007 시리즈 20탄이었던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본드걸'로 출연한 이후 '엑스맨', '캣우먼'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며 '맛이 갔다'. 여기에 고정된 성 역할로 인해 '본드걸'의 캐릭터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20편이 제작된 '007' 시리즈에 나오는 '본드걸'들의 이미지는 거의 한결같았던 게 사실. 마초의 상징인 제임스 본드의 곁에서 보호받거나 간혹 속살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눈요깃 거리가 됐을 뿐이었다. '여성 원톱' 영화가 나오는 세상에서 이처럼 '심심한' 역할에 톱클래스 여배우들이 매력을 느낄 리 만무하다. 때문에 당초 이달 중 체코 프라하에서 크랭크인하기로 돼 있던 '007 카지노 로열'은 자칫 촬영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 어느덧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본드걸'. 그 21번째 주인공에 누가 낙점될지 주목된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