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구리 快調

〈총보〉(1~293)=마지막 장면 보충 설명 하나. 256으로 257 부근의 한 집을 보면서 ‘가’로 막는 수는 없을까? 할 수만 있다면 끝내기로 3집 정도 이득. 하지만 지금은 참고도 6까지 공배가 꽉 차 있어 성립하지 않는다. 293수 때 돌을 거뒀다. 계가 한다면 반면(盤面) 12집 정도의 차. 대마를 ‘볼모’로 승리를 굳힌 솜씨가 역시 중국 톱 랭커답다.
바둑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준 한 판이었다. 백은 중반 우변 전투 때 절묘한 사석작전을 펴 주도권을 잡았으나 지켜내지 못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 맞은 기회를 주춤거리다 놓쳤다. 반면 흑은 그 때마다 강력한 역공으로 기어이 승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구리의 바둑은 언제 보아도 스릴이 있다. 복싱에 비유하자면 인 파이터 형인데 번뜩이는 재기(才氣)까지 갖췄다. 속기(速棋)에 능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자유분방한 성격 등 이세돌과 여러 모로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로써 4강. 이번 대회 구리의 ‘끝’은 어디일까. (188…168, 212 218 280…196, 215 277 283…209, 268…244, 278…47, 284…275, 291…265, 293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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