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초반의 奇襲

〈제1보〉(1~17)=‘잘난 자’끼리는 언제건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 토너먼트의 매력이다. ‘더 잘난 자’가 없는 한 ‘잘난 자’는 1회전이건 결승에서건 만나게 돼 있다. 올해 LG배가 중국 소년 기사들의 돌풍의 현장이었다면 천야오예(陳耀燁)와 박문요(朴文堯)는 양대 주역이었다. 그 둘이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마주앉았다. 박문요 88년, 천야오예 89년 생. 둘 모두 절대 놓칠 수 없는 필생의 한 판이다.
돌을 가려 천야오예의 흑번. 백이 손을 빼 4에 걸치자 오랜만에 ‘정통 1·3·5 포석’이 펼쳐졌다. 8은 작전의 갈림길로 참고 1도도 훌륭한 한 판이다. 8, 10으로 밀어붙인 뒤 12로는 다른 포석 구상도 가능하다. 참고 2도 4까지 저위(低位)를 강요한 후 실전보 ‘가’로 걸쳐가는 진행, 60년대 초반엔 이 그림이 흔했다.
16까지는 흔히 나오는 형. 여기서 흑이 장고에 빠졌다. 생각할 게 뭐 있나, 당연히 흑 ‘나’로 꼬부리겠지. 모두들 의아해하는 순간 17이 놓였다. 경천동지의 절단수! 무려 12분 40초를 투입한 초반의 기습이었다. 이번엔 백이 하염없는 장고에 빠져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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