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부일체' 정웅인-정운택, "우린 술로 호흡 맞춰요"

'요상한' 인터뷰였다.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지만, 이 사람한테 질문을 던지면 저 사람한테 답이 나오는 구도는 처음이었다. 영화 '투사부 일체'에 출연한 '정 브라더스' 정웅인(35)과 정운택(31)이 그랬다. 지난 2001년 '두사부 일체'에 출연한 이후 절친한 형-동생으로 지내왔기에 서로에 대한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다. 정웅인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운택이 아버지 회갑연을 잡느라 고생하는 걸 '정 회장' 정준호가 전화 몇 통화로 한방에 해결해줬다는 걸 얘기해 정운택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그러자 정운택은 정웅인이 작고하신 아버지가 모아뒀던 학용품을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대물려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놔 정웅인을 놀라게 만들었다. 둘은 분명히 얘기를 안 한 것 같은 데도 상대방이 훤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고 신기한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들은 심지어 각각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해 질문해도 상대방의 대답을 대신해주면서 한동안 낄낄대기도 했다. 정웅인과 정운택은 '투사부 일체'에서 전편처럼 친구 사이인 김상두와 대가리로 호흡을 맞춘다. 여전히 대가리는 예측 불허의 황당한 사고를 터트리고, 상두가 잘난 척하며 이를 뒷정리해 주는 구도. 그러나 상두 역시 무식하기는 매한가지라, 결정적인 타이밍에 탄로가 나면서 웃음을 안겨준다. 1편과 달라진 것이라면, 대가리에게 부인과 아이가 생겼다는 정도.

이들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거의 빼놓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평소에도 둘만 있게 되면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찌개를 잘할 것 같은 집으로 무작정 들어가 주위 시선에 상관없이 달리기(?) 시작한단다.　그만큼 서로를 의지하며 이끌고, 한편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었다. 특히 정운택은 이번 영화에서 정웅인의 존재가 상당한 힘이 된 것 같았다. 정운택은 "웅인이 형은 정말 대단하다. 나하고 분명히 새벽까지 술 먹고 들어갔는데도 다음날 보면 엄청나게 준비를 하고 나온 것 같이 쏙쏙 빼먹는 연기를 한다"면서 "솔직히 말해봐라. 나하고 술 먹고 들어간 다음에 죽기 살기로 밤새서 준비하지 않으냐?"라며 눈을 흘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곧 "대가리라는 캐릭터로 너무 고정되는 것 같아 연기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내 분량이 전부 편집 당할 것 같았고, 그렇다고 열심히 하면 대가리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참으로 답답했다"면서 "그런데 형이 열심히 하는 걸 보고,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성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같은 듯 다른 듯, 둥글둥글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둘의 모습이 여느 연인들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