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상차림' 입맛대로...국내 작품들 강세

설날 극장가는 유례없는 국내 영화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올 설 연휴 대목에는 그 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물론이고 설이나 추석 시즌이면 꼭 등장하는 성룡 주연의 액션 영화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국내 영화가 상영되지만, 극장가는 '왕의 남자'와 '투사부 일체'가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개봉된 '왕의 남자'는 나날이 스크린 수가 늘어나고 점유율도 추락하지 않는 초유의 현상을 기록하며 지난 23일까지 전국에서 65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그 상승세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연극 '이'(爾)를 원작으로 하는 '왕의 남자'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폭군 연산군과 최초의 궁중 광대 장생, 연산의 총애를 받는 공길의 우정과 애증, 갈등을 교차시키면서 개인의 자유의지와 진정한 의미의 행복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웰메이드 대하 사극'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개봉된 '투사부 일체'는 이런 '왕의 남자'의 페이스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고의 호적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1년 개봉된 히트작 '두사부 일체'의 속편으로 전편의 고교생에 이어 어느덧 교생이 된 조폭 행동 대장 출신 계두식(정준호)이 벌이는 코믹한 해프닝과 사학비리를 척결하는 모습을 그리며 1편에 버금가는 빅히트를 기록할 지도 관심거리다. '투사부 일체'는 개봉 첫 주에만 167만 관객 동원이라는 예상을 초월하는 출발을 보였고, 얼마나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지 여부가 전체 극장가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홀리데이'와 '야수'는 설 연휴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다. '홀리데이'는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지난 1988년의 지강헌 탈주사건을 기억하고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층이 한가한 설 연휴를 맞아 얼마나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지가 최대의 변수다. 권상우-유지태라는 걸출한 톱스타를 내세우고도 의외의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액션 느와르 영화 '야수'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만큼, 설 연휴 대목을 맞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설경구-송윤아 주연의 '사랑을 놓치다'는 설 연휴 갈 곳 없는 연인들에게 잠시 나마 사랑에 관한 상념에 잠기게 할 영화로 추천할 만 하다. '사랑을 놓치다'는 10여년간 이어진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성격파 배우 설경구의 부드러운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 신남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