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영화] SBS '매트릭스 3' 外 (1/27 금)

'매트릭스 3' SBS 밤 10시55분 1999년작 ‘매트릭스’는 탁월한 오락영화였다. 감독을 맡은 워쇼스키 형제가 그들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이 SF 역작은 할리우드의 물줄기를 바꾸고, 또한 아류작마저 쉽사리 나올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었다. 대중영화로 대단한 재미를 이끌어내면서도 감독의 미학적 비전과 철학적 소양을 최적의 비율로 녹여 넣어 아찔할 정도로 새롭고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4년 뒤 한꺼번에 나온 ‘매트릭스’의 두 속편들도 여전히 시각적으로 휘황하다. 그러나 1편의 갖가지 요소를 만끽한 상황에서 다른 메뉴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 작품들은 길고도 지루한 동어 반복처럼 느껴진다. 언뜻 매력적으로 보이는 동·서양의 온갖 관념론들을 잔뜩 늘어놓다가 애매모호하게 종교적인 결말로 서둘러 문을 닫는 ‘매트릭스 3’는 장대한 시리즈를 마감하기엔 지나치게 장황하다.
이 완결편은 주인공 네오(키애누 리브스)가 기계 도시의 심장부로 들어가서 펼치는 활약을 그려내면서 다른 한 편 인류 최후의 도시인 시온이 기계들의 전면적 침공으로 위기에 처하는 상황도 다룬다. 문어 모양의 거대한 센티넬 군단 침입에 맞서 시온 저항군이 사투를 벌이는 부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다. 반면 네오가 악의 화신인 스미스와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길이에 비해 짜임새가 약해 아쉬움을 남긴다. 워쇼스키 형제는 올 3월에 ‘매트릭스’ 시리즈와 비슷한 모티브를 다룬 또 다른 SF ‘브이 포 벤데타’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8분. ★★☆(5개 만점)

'어린 신부' MBC 밤 12시15분 여고생 보은(문근영)은 위독한 할아버지의 강권으로 집안끼리 잘 알고 지내던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가족 외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기던 보은과 상민이 각각 선배 남학생 및 여자 교사와의 관계에 휘말리면서 둘의 결혼은 위기를 맞는다.
‘어린 신부’는 무엇보다 문근영의 스타 파워가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스토리가 뻔하고 연출도 평범한 편이지만 이후 ‘국민 여동생’이란 기괴한 별명으로까지 불리게 된 여고생 스타 문근영의 매력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근래 들어 충무로에서 노래방 장면 안 들어간 영화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 됐지만, 이 영화에서 문근영이 ‘난 아직 사랑을 몰라’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만큼 눈에 쏙 들어오는 경우도 드물다. 문근영의 폭발적 인기에 가린 느낌은 있지만 김래원도 안정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신부’의 히트 이후 모방 기획된 ‘여고생 시집가기’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다른 채널에서 대항 편성된 것도 이채롭다. 감독 김호준. 2004년. 115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