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영화] SBS '범죄의 재구성' 外 (1/28 토)

'범죄의 재구성' SBS 밤 11시55분 ‘범죄의 재구성’이 뛰어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들이 충무로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종류의 재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하는 ‘가슴의 영화’는 많지만 끝까지 냉철하고 쿨하게 끌고 가는 ‘머리의 영화’는 적은 상황에서 최동훈 감독은 복잡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깊숙이 빨아들이는 뛰어난 화술과 내내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감각을 화려하게 과시했다.
미국 범죄영화 장르의 진진한 매력을 한국적 상황에 제대로 토착화시킨 이 작품은 치밀한 취재에 바탕해 사기꾼들의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청룡상,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등의 각본상을 석권했다. 여러 측면에서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 딱 나온다. 시추에이션 괜찮아”처럼 인물을 생생히 살려내는 대사들의 감각도 뛰어나다. ‘킬리만자로’에 이어 다시금 두 개의 캐릭터를 개성 있게 만들어낸 박신양과 범죄물 특유의 ‘팜므파탈’(매력적인 악녀) 역할을 제대로 해낸 염정아가 호연했다. 하지만 연기의 탁월한 생동감과 매력에서 이 작품은 결국 백윤식의 것이다.
사기계의 전설로 군림하는 김 선생(백윤식)을 찾아간 창혁(박신양)은 3명을 더 규합해 한국은행을 털 계획을 세운다. 치밀한 계획대로 한국은행의 돈다발 50억원을 인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뒤늦게 경찰에 발각되어 도주하던 중 창혁이 차량 폭발사고로 죽는다. 한 달 뒤 창혁의 형 창호가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창호가 창혁의 보험금 5억원의 수혜자인 게 드러나면서 김 선생과 동거하던 인경(염정아)이 그 돈을 노리고 창호에게 접근한다. 2004년. 116분. ★★★★(5개 만점)

'셰익스피어 인 러브' EBS 밤 11시30분 극심한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젊은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는 연극 오디션에서 켄트라는 미소년을 눈여겨본다. 켄트가 사실은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한 바이올라(귀네스 팰트로)임을 알게 된 후 셰익스피어는 그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바이올라가 맘에도 없는 귀족과 정략결혼을 해야 할 상황이 되자 괴로워하던 셰익스피어는 쓰고 있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으로 바꿔 집필하면서 자신의 절절한 심경을 담아낸다.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누르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따낸 작품. 줄리아 로버츠가 거절한 바이올라 역을 맡아 우아한 연기를 보여준 귀네스 팰트로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여왕 역으로 몇 분 밖에 되지 않는 분량에서만 모습을 보였는데도 여우조연상을 따낸 주디 덴치의 수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아는 역사 속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뒤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낸 이야기를 매듭 하나 남기지 않고 실제 기록과 이어붙인 톰 스토파드의 각본이 탁월하다. 122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