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영화] KBS 2TV '달콤한 인생' 外 (1/29 일)

'간 큰 가족' SBS 밤 9시35분 사실 이 영화는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과 착안점이 비슷하다. 분단 세대의 염원이나 갈망을 위해 자식 세대가 거짓말을 한다는 설정. 어쩌면 분단과 통일의 문제가 이 시대를 끌고 나가는 젊은이들의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상황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영화는 둘 다 예술적 성취나 오락성에서 나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거짓말, 그럼에도 꼬이는 상황은 ‘선의의 거짓말쟁이’에게 심리적 성원을 보내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향민 아버지를 둔 조명남 감독과 ‘색즉시공’ ‘낭만자객’ 등 기획 코미디로 이름난 제작사의 ‘타협의 산물’로 보이기도 한다.
하는 사업마다 실패하는 명석(감우성)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다. 실향민 아버지(신구)에게 유산 50억이 있었던 것. 그런데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북에 아내와 딸을 두고 온 아버지 김 노인은 “통일이 되었을 경우에만 이 돈을 물려준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명석은 B급 에로비디오 감독인 동생(김수로)을 사주해 통일 자작극을 연출한다. 통일부에서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내고 돌아오다 다리가 부러진 김 노인. 꼼짝 못하고 방안에서 아들의 연극에 속아 넘어가고…. 통일탁구, 통일축구, 평양기예단 등 온갖 볼거리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2005년. 102분. ★★★(5개 만점)

'달콤한 인생' KBS2 밤 11시45분 아주 사소한 느낌이 인생을 바꿀 때가 있다. 카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단지 따가운 햇볕 때문에 총을 쏘지 않았던가. 7년째 보스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마다 않고 해온 선우(이병헌)도 그랬다. 냉혹하고 깔끔한 성격의 보스는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의 뒤를 조사해달라고 선우에게 부탁한다. 선우는 희수에게 다른 남자가 있음을 알지만, 보스의 주문처럼 그녀를 해치지 않는다. 귀로 슬쩍 넘긴 그녀의 머리칼에 매혹됐던 것일까. 이 사건으로 선우는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몸이 되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청담동 호러’라는 별칭이 붙은 ‘장화, 홍련’부터였을까. 스타일로 말하고 싶어하는 김지운 감독은 누아르에도 아주 세련된 때깔을 입혔다. 조폭의 옷 매무새, 그들이 다니는 식당, 그들이 쓰는 소품에서 ‘스타일’이 묻어난다. 문제는 과잉의 스타일이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묻는 선우의 심정은 어떤 관객에게는 영화에 관한 질문처럼 들린다. 목숨을 걸 만한 사랑도 아닌 느낌 때문에 목숨을 거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열한 조폭으로 짧게 출연한 황정민의 강렬한 인상을 비롯, 영화는 고른 연기력과 매혹적 스타일로 눈길을 잡는다. 120분. 2005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