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조폭이냐 신명나는 광대극이냐

옆구리가 시린 당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난 당신, 그리고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 떠나라. 스크린의 매혹 속으로. 1600여 개에 달하는 한국의 극장들은 ‘설날 꽃단장’을 마치고 15편의 영화로 당신을 부른다. 혼자라서 더 좋아요-성장(成長)
소년, 현실을 보다 '더 차일드'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심장이 터질듯한 영화들이 있다. 한 뼘 더 성장했다는 뿌듯함. 남과 나눌 수 없는 성취감.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는 외모를 무기로 갖지 않은 한 소녀가 성과 인생에 관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그것도 게이 공동체라는 예사롭지 않은 공간을 바탕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만든 이누도 잇신의 작품이라는 것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이유.
‘더 차일드’는 지난해 칸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한 번 받는 것도 가문의 영광인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은 벨기에의 영화천재,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다. 도둑질로 살아가는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리얼리즘의 눈으로 담아냈다. 형제 합쳐 네 개의 눈으로 담아낸 촘촘한 스크린을 확인해 보시기를.
여성 감독 미란다 줄라이의 첫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품. 다양한 인물 군상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아메리카의 현재를 여성 특유의 예민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친구 혹은 연인-쾌락(快樂)
이런 사랑 해보셨나요? '사랑을 놓치다' 사랑을 막 시작한 당신, 아니, 친구와의 시간이 더 즐거운 당신, 즐겨라. 연휴는 당신의 편이다. 가슴 아린 멜로, 생각이 필요 없는 코미디, 사내들 땀냄새 범벅의 액션이 당신의 오감을 자극한다. 설경구 송윤아의 ‘사랑을 놓치다’는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봐야 하는 ‘필견’의 영화. 느린 호흡 사랑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무협을 통한 중국 판타지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첸카이거의 ‘무극’도 시각적 쾌락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 빛보다 빠른 발과 괴력을 가진 초인 장동건이 아시아에서 가장 멋진 매력을 뿜어낸다. ‘킹콩’도 설 연휴에 살아남았다. 야수와 미녀의 이뤄질 수 없는 로맨스에도 초점을 맞춰 보시길.
개봉 첫 주말 167만 관객을 동원한 ‘투사부일체’는 웃음의 쾌락이다. 김상중 정준호 정웅인의 삼각 펀치를 확인해 보시기를.
‘홀리데이’와 ‘야수’는 폭력의 쾌락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부르짖을 수 밖에 없던 밑바닥 사내들의 절규와 정의를 위해 법을 내 던지고 폭력을 선택한 검사와 형사 콤비를 만날 기회다.

그래도 믿을 건 가족-온기(溫氣)
아이들 손잡고 '폴라 익스프레스' 7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국민 영화’, ‘왕의 남자’는 이제 세대를 가로지르는 키워드가 됐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과 손을 잡고 장생과 공길의 광대놀음 한 판을 즐기는 것도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듯. 아이들 손을 잡고 보기에는 ‘투 브라더스’ ‘치킨 리틀’ ‘폴라 익스프레스’가 제격이다. 아기 호랑이 두 마리의 좌충우돌 호생역정(虎生歷程)을 그린 ‘투 브라더스’는, 동물영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해 준다. 또 ‘치킨 리틀’은 디즈니가 내놓은 비장의 3D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을 맞은 병아리 소년과 우주인과의 대결을 그린다. 3D 아이맥스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는 현단계 입체영화 기술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 지를 웅변하는 작품. 실제로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이 자랑이다. ‘열두 명의 웬수들 2’는 황당한 설정과 슬랩스틱으로 버무린 코미디. 스티브 마틴과 보니 헌트가 부모로 출연, 열두 명의 자식들이 벌이는 소동을 지휘, 감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