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영화] MBC '주먹이 운다' 外 (1/30 월)

'주먹이 운다' MBC 밤 9시55분
최민식과 류승범은 이미지가 진한 배우들이다. ‘파이란’의 강재는 비루한 인간을 그린 드라마의 목록에서 가장 위쪽에 오를 만한 캐릭터다. 그 강재를 최민식이 아니라면 누가 과연 그렇게 실감나는 인물로 만들 수 있었을까. 류승범은 진한 휴머니즘의 연기를 보여준 적은 없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보였던 강렬한 캐릭터는 그가 머지않아 사람 냄새 나는 역할에 도전해도 훌륭한 결과를 얻을 것이란 걸 예감케 한다.
한때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였던 태식(최민식)은 도박으로 빚을 지고,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이제는 거리에서 ‘매맞아 주는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그는 권투선수의 직업병인 ‘펀치 드렁크’에 시달린다.
불량 소년 상환(류승범)은 불량한 짓을 넘어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수감된다. 교도주임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한 그는 서서히 그 매력에 빠진다.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할머니마저 쓰러지자 그는 할머니를 위해 권투왕전에 출전키로 한다. 아무도 져서는 안 되는 권투왕전에서 맞선 두 사람을 류승완 감독은 성찰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포착했다.
호흡이 긴 롱테이크, 공중에서 찍은 부감 샷 등 다양한 카메라로 찍어낸 결승전 장면은 스포츠영화의 목록이 짧은 한국 영화사에서 표본으로 삼을 만큼 수려하고 인상적이다. 134분. 2005년. ★★★☆(5개 만점)

'우리형' KBS2 밤 9시30분
형제란 다 자라고 나면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한창 자랄 땐 다툼질하는 동성의 경쟁자일 뿐이다. 유혈이 낭자한 ‘친구’의 조감독 출신 안권태 감독의 데뷔작으로 순박한 청년들의 세계로 들어간 작품이다.
1990년대 후반, 같은 반에 다니고 있는 연년생 형제 종현(원빈)과 성현(신하균). 종현은 쌈장이고, 성현은 고지식한 모범생. 17년째 으르렁거리던 형제들은 어느날 동네 여학생 미령(이보영)에게 동시에 반하게 된다. 드라마 스타일은 전형적이어서 이야기 자체로 눈길을 잡는 데는 실패한 영화다. 비극적인 결말 역시 ‘친구’ 스타일의 비극적 터치로 그려졌지만,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한번도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속내만은 뜨거웠던 문제아 동생의 심정이 특히 절절하게 그려진다. 강원도 출신인 원빈의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꽤나 매력적. ‘꽃미남’ 시대를 연 패션의 아이콘이었으나, 실제 그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패밀리 맨’ 스타일. 원빈은 투박한 감성의 문제아 역을 맞춤으로 해냈다. 늘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연기 수준을 유지하는 신하균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원빈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발견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2004년. 112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