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맨발의 기봉이' 남해군 다랭이 마을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 거기서 또 한 시간 남짓 해안선을 따라 열심히 버스를 달려야 영화 '맨발의 기봉이'(감독 권수경,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촬영현장이 나온다. 경남 남해군 다랭이 마을. '다랭이'라는 희한한 마을 명칭은 '규모가 작은 밭떼기'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 확 트인 수평선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밭, 산들이 앞뒤로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마침 기자가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식사 시간. 마을회관 앞에 서 있는 '밥차' 주위에 온 스태프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장기간 현지에서 촬영을 하다보니 배우나 스태프들도 거의 마을 사람이 다 된 듯 보였다. "촬영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관광객들이 다가오는 거예요. 내심 사인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영화를 찍냐', '누가 나오냐'는 등의 질문을 하는 겁니다. 제가 마을 사람인 줄 알았던 거죠." 탁재훈이 들려주는 에피소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의 모델이 된 엄기봉씨의 충남 서산 집을 그대로 재현한 '기봉이네 집'은 마을 어귀 절벽에 있었다.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마당을 재현하기 위해 인조바위와 흙으로 공간을 늘렸단다. 바닥 일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었지만, 유재환 PD는 "튼튼하게 지어서 앞으로 석달간은 문제 없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취재진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강아지의 모습들. 여기에 하염없이 순박한 모습으로 변한 신현준의 모습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에 남루한 옷차림, 특수제작한 틀니로 외모부터 180도 변신한 신현준은 이제 완전히 기봉이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기봉이의 노모로 분한 김수미는 "현장에서 신현준을 보면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다"며 "신현준과는 전생에 피붙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앞으로도 신현준과 계속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현준2'의 존재도 눈길을 끌었다. 신현준의 매니저인 장순재씨가 바로 그 주인공. 아닌게 아니라 헌칠한 키에 큼직한 이목구비가 신현준과 비슷했다. 이뿐 아니라 장씨는 기봉이의 어린 시절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3신 정도 분량으로 출연하게 되는 장씨는 "맨날 괴롭힘 당하고 두들겨 맞는 역할이라서 정말 힘들었다"며 스크린 데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친구' 신현준의 끈질긴 구애 때문에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게 된 권수경 감독은 "개성 강한 배우들이 어우러져 큰 감동을 전해 줄 영화"라고 자신하며 막바지 촬영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85% 정도 촬영이 진행된 '맨발의 기봉이'는 다음달 크랭크업한 이후 오는 4월 쯤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남해=김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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