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콜럼버스 달걀

〈제7보〉(100~113)=바둑의 대성 요건으론 보통 3박자를 꼽는다. 재능과 노력과 근성. 천야오예의 경우 재능은 소문나 있다. 화장실에 갈 때도 기보를 지참한다고 할 만큼 노력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근성은? 3년 전 아버지 뻘인 녜웨이핑과 대국 후 복기 때 울음을 터뜨린 사건이 유명하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반론을 펴는 꼬마를 향해 권위적인 녜 九단이 호통을 쳤던 것. 울지조차 않았더라면 ‘독종’으로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100이 왜 문제수인지는 이후 진행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01의 급소를 맞아선 112까지 상대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흑이 3점을 버림돌로 철저하게 백을 싸바른 형태. 언제건 ‘가’가 선수여서 좌상 일대 흑이 완생했다는 게 무엇보다 자랑이다. 우변 패(覇)를 앞두고 이 흑의 완생 여부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100으론 어떻게 두었어야 했나? 참고도 백 1의 한 발 물러남. 알고 보면 너무도 간단하다. 콜럼버스 달걀 같은 것. 그래 놓곤 마침내 113을 강행한다. 우변의 화약고에 불이 붙은 것이다. 갈수록 태산. 조선족 소년 기사 박문요의 콧등에 송골송골 땀 방울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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