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구타유발자'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한낮'이었다. 그러나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등 실제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은 추위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었다. 지난 11월 크랭크 인 했으니, 유독 악명높은 올 겨울 추위와 정면 승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주 촬영지인 강원도 문막의 한 유원지.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듯 흘러가는 강물이 도심의 소음을 씻어버리듯 조용히 계곡을 감아돌고 있었다. 계절만 좋았다면 절로 시구절이 나올 만큼 고즈넉한 풍경이지만, 겨울 촬영엔 걸림돌 투성이였다. 폭설과 운무가 번갈아가며 제작진의 애를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영화 내용이 한나절, 한 공간에서 8명의 인물이 오해로 인해 상상 이상의 폭력과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보니, 배우들은 서로 맞고 때리면서 생고생을 하고 있었다. 최근 공개된 촬영 현장에서 구타 당하는 사람은 이문식(봉연 역). 추위에 이미 얼어붙은 뺨을 한석규에게 내밀고 있어야 했다. 거듭되는 NG에 뺨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통증 또한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끄떡도 하지 않았다. 사정없이 주먹을 휘두르던 한석규(문재 역)가 미안했는지, 먼저 원신연 감독에게 "이쯤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짧은 치마를 입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야하는 차예련(인정 역)은 아예 무릎에 멍을 달고 사는 중. 개성 넘치는 연기로 인기 상승곡선을 달리고 있는 오달수는 괴퍅한 사냥꾼 오근 역을 위해 매번 촬영 시작 전에 세 시간 이상 분장을 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3주간 입원해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너무 재미있어서 진통제를 맞는 것도 까먹었다"고 애정을 표현한 오달수는 촬영장 분위기만큼은 최고라고 힘주어 말했다. "촬영 틈틈이 돌에 구워 먹는 삽겹살 맛이 그만"이라고. 영화 개봉은 3월 31일로 잡혀있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사진=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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