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서울' 脫상식을 실험한 영화

1970·80년대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던 통속잡지 ‘선데이 서울’의 감성을 전수 받은 영화 ‘썬데이 서울’(9일 개봉)은 탈상식(脫常識)의, 탈상식에 의한, 탈상식을 위한 영화다. 기획·제작·각본 등 모든 공정에서 영화판의 굳어진 공식을 의식적으로 피해가며 실험한 흔적이 역력하다. 세 가지 키워드로 ‘썬데이 서울’의 도전을 살펴봤다.
◆‘장르’는 가라
‘썬데이 서울’은 한 마디로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영화다. 세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지만, 셋을 잇는 고리는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일 뿐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이야기다. 심지어 각각의 이야기 안에서조차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활발히 진행된다.
왕따를 당하는 한 고등학생(봉태규)이 알고 보니 늑대인간이었다는 내용의 첫 번째 에피소드 ‘늑대소년’은 학원청춘물과 SF를 넘나들고, 연쇄살인마(박성빈)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룬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와 코믹이 엇갈린다. 무술을 연마하는 청년(김수현)과 천재무술소녀(이청아)의 사랑을 다룬 마지막 ‘태풍청년’도 액션과 코믹, 멜로를 오간다.
제작진은 ‘장르 종합선물세트’라는 홍보 카피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여러 장르가 교집합 없이 합집합을 이뤘다는 점에서는, ‘기발해야 한다’는 강박이 실험정신을 가위눌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연’은 가라
포스터를 보고 봉태규와 이청아의 투 톱 구도를 떠올렸다면 속은 느낌이 들 만하다. 상대적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두 사람을 ‘얼굴마담’으로 썼을 뿐, 두 배우는 각기 독립된 에피소드의 중심인물이지 극 전체를 아우르지는 않는다.
영화는 ‘조연급 주연’과 ‘주연급 조연’이 빚은 앙상블에 가깝다. ‘태풍청년’에서 시골 주유소에 경비행기를 몰고 와 “만땅, 플리즈”를 외치는 가수 이현우와 ‘서당 일진회’역을 맡은 DJ DOC의 존재는 단순한 까메오 이상의 무게를 지니며, ‘재미’라는 이 영화의 슬로건을 가장 충실히 소화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잠시 등장하는 왕년의 스타 김추련과 정소녀도 아날로그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돈’은 가라
‘S 다이어리’, ‘새드무비’ 등 상업 영화를 기획하면서 ‘돈에 울고 돈에 웃는’ 영화계의 생리를 절감한 박성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투자 문제는 접어뒀다고 했다. 박 감독은 “매니아적인 영화에 돈이 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돈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발품을 팔고, 인맥으로 배우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감독의 뜻에 의기투합한 30여명 배우 전원은 선(先) 개런티를 거절했고, 80여명의 제작진도 개봉 이후 흥행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 순제작비 7억원의 저예산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