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02.14 18:48

안면이식수술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

사람의 얼굴을 바꿔치기 한다는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의 상상력이 그대로 실현된 안면이식수술이 최근 프랑스에서 성공돼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 리옹의 의료진은 지난해 11월, 개에게 물려 코의 일부, 입, 턱 등이 심하게 훼손된 38세 여성에게 뇌사자의 얼굴을 떼내어 이식했다. 이 환자가 TV에 나와 공개 인터뷰를 함으로써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된 부분안면이식 수술은 뇌사자의 피부는 물론 그 밑의 피하조직, 작은 근육들과 이를 공급해주는 혈관, 신경을 모두 한 덩어리로 떼내어 환자의 얼굴에 있는 혈관 및 신경에 이어 준 것이다.

프랑스 의료진은 이전에도 세계최초로 타인의 손을 이식한 적이 있으며 양팔 이식도 성공시킨 바 있다.

김우경·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
그러나 이런 수술에는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로 신경 회복의 난관을 넘어야 한다. 갖다 붙인 조직은 혈관 봉합만 잘 되면 살지만 신경 회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더욱이 자신의 신경이 아닌 이식 신경은 기능 회복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나 감각이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되기는 어렵다. TV에 비친 수술 10주가 지난 환자의 입술 움직임이 이식된 근육의 움직임이라고 믿기는 어려웠다.

둘째는 타인의 조직을 이식 받은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을 누르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런 수술을 선구적 성과로 찬양하지만 한편에서는 제한된 효과와 부담을 감안하면 인기 영합적 수술이라고 비판도 한다.

팔이나 손, 부분 안면이식 수술은 국내 의료진들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에게도 종종 손가락을 잃은 자식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제공하겠다는 부모들이 찾아온다. 필자는 평생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것이 손가락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 아래 만류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작용과 윤리적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선구적 수술을 시행한 프랑스 의료진의 용기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 김우경 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