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영화 '달려라 장미', 잔잔한 울림

스크린쿼터 축소를 두고 정부와 영화인들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요즘, 제작비와 배급 사이즈의 벽을 넘어서려는 '작은 영화' 한 편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달려라 장미'(감독 김응수, 제작 김응수필름-조우필름)가 그것.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지원작인 '달려라 장미'는 거대 예산과 와이드 릴리즈 방식의 대규모 배급만이 유일한 생존방식 처럼 돼 버린 한국영화 시장에서 저예산 영화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소규모 배급방식과 지방순회 상영이라는 배급방식을 택했다.

이 외에도 '달려라 장미'는 눈길을 끌만한 부분이 많다. '달려라 장미'는 결혼 2년차의 부부 장영미(최반야), 강남대(김태훈)가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결국 결혼기념일 날 이혼을 하고, 2년 후 재회해 새로운 로맨스를 꿈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 영화의 메가폰은 전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욕망' 등을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김응수 감독이 잡았다. 김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작가주의적 무게감을 덜어내고 유쾌함을 더했다. "제 얼굴 좀 기억해 주세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거든요"

독특한 이력의 두 주연배우도 관심을 끈다. '장미'가 되고픈 주부 장영미 역을 맡은 최반야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 출신이다. 이후 그녀는 '버스정류장', '스캔들', '러브토크' 등의 작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주로 선 보이다 이번에 생애 첫 장편영화 주연을 꿰찼다. 장영미의 남편 강남대 역을 맡은 김태훈은 영화배우 김태우의 친동생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오던 신예. '루나자에서 춤을', '상사주' 등의 연극을 통해 알려진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그동안 갈고 닦은 탄탄한 내공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지만 탄탄한 영화 '달려라 장미'가 다양한 소재의 저예산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