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베를린 인터뷰..."결혼? 너무 바빠 할수는 있을지"

자타공인, 정상의 위치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다"고 했다. "요 근래 들어 내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카메라를 대하는 자세뿐 아니라 사회 현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장동건. 제5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무극'의 주연배우로 베를린을 방문한 그를 12일(현지시간) 베를린 시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나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과 인간적인 고민들에 대해 들어봤다. 할리우드 꿈★ 이룰 날 머지않아
★…새로운 경험 속에서 더욱 성장한 장동건. 한-중-미 합작 영화인 '무극'으로 베를린에서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장동건. "촬영 자체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고 밝힌 그는 "'무극'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시야가 넓어지고 낯선 상황에 던져졌을 때 간극을 좁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다양한 경험들이 큰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는 것. - 가장 큰 소득을 꼽는다면. ▶오랫동안 중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스태프들과 작업을 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오픈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언어의 문제는 차라리 부차적이다. 외국어 대사는 공부하고 외우면 충분히 일정 수준까지 소화 가능하다. - 촬영 내내 꽤나 고생했을 듯하다. 진짜 달리는 장면이 많던데. 실제로 달리기는 잘 하나. ▶고등학교 때는 100미터를 12초에 주파했다. 그런데도 힘들더라. 하하. 달리는 장면을 중국의 해발 4000m 고지에서 찍었다. 호텔 방마다 산소호흡기가 있을 정도로 고지였다. 고산병에 대비해 약도 열심히 먹었지만 강행군 때문에 졸도를 하기도 했다. 한 장면 찍고 나면 한참을 산소호흡기를 쓰고 누워 있어야 했다. - 세계적인 거장인 첸 카이거 감독과의 작업은? ▶장동건이란 사람에 대해 진심으로 호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준다.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같이 일해보고 싶다. 서로 장점을 잘 알게 됐으니까 최상의 결과를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 '무극'은 미국에서 5월에 메이저 배급사인 워너의 배급망을 타고 개봉된다. 할리우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선 셈인데. ▶배우로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배우들의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그리고 꿈을 이룰 날도 머지않아 오리라 생각한다. - 어떤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일단 '무극'처럼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로 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동양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외의 방식에 대해선 글쎄, 요즘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 중 하나다.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 또래 배우들이 여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후배들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차기작 고민…몸매 자신없어 멜로 NO
★…안주하지 않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장동건. 이명세 감독을 좋아한다는 장동건은 "영화는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시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기승전결을 엮는 것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매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지난해 개봉작 중 '형사'를 재미있게 봤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3~4월 '태풍'의 일본 프로모션까지 끝낸 뒤 찬바람 불기 전까지 무조건 쉬겠다는 그는 "여러 방향에서 차기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미 최고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데, 새로운 선택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니 놀랍다.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는, 편한 길을 택할 수도 있을 텐데. ▶안주하지 않겠다. 제자리에서 뛴다고 행복해지지도 않고 편하지도 않을 듯 하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아무리 영화 자체가 대형 프로젝트고 유명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해도 내가 맡을 역할에 마음이 끌려야 한다. - 어떤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나. ▶아직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인데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OK다. - 그렇다면 지금은? ▶관객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역을 놓고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 멜로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도 많다. 진한 베드신이 있는 영화를 찍어볼 생각은. 대박은 떼논당상일 텐데. ▶하하, 몸매에 자신이 없다. - 말도 안된다. ▶진짜 생각해본 적 없는데. 글쎄, '나인하프위크' 같은 스타일이라면 어떨까. 1년에 딱 한번 점 "올해 부-명예 운"
★…인간적인,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장동건. '태풍'과 '무극'이라는 대형프로젝트를 소화해내면서 지난 2년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그는 "그동안 일에 치여 계속 미뤄뒀던 고민들을 올해는 진지하게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 언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나.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음,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이다. 솔직히 말해봐라. ▶최근에 좋은 말을 주위 사람에게서 들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주어진 소명을 다 할 때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누가 더 잘났고 못났다고 감히 말할 수 없지 않느냐. 각자 기준에 따라 해야할 일을 할 때 기쁨을 느낀다는 말이다. - 그게 당신에겐 연기인가. ▶요즘은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단순히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 결혼 계획은 당연히 없다고 하겠지? ▶하하. 과연 이래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최근 몇 년처럼 생활하면 인연을 만나기도 불가능할 듯하다. - 폭넓은 팬층을 자랑하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는 비결이 무엇인가. ▶아마 영화 속 이미지의 덕을 봤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선 동생을 위해 몸을 던지고, '태풍'에선 누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았느냐. - 항상 젠틀한 모습인데, 평소 화도 내고, 욕도 할 줄 아나. ▶하하. 일상 생활에서 화내는 건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화낸다고 풀리질 않으니까. 그래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분명히 표현은 한다. - 수입 관리는? ▶부모님이 하신다. 돈 문제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 - 설마 용돈 타서 쓴다고 하진 않겠지. ▶물론 부모님 모르게 비자금 관리는 한다. - 새해 운세는. ▶1년에 딱 한번 타로 점을 본다. 올 한해는 하는 일마다 잘되고, 부와 명예를 얻는다고 하더라.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장동건. 시종일관 겸손하게, 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들을 풀어놓는 그의 모습에서 전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지한 삶의 자세만큼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스포츠조선 베를린[독일]=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