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우2' 극한에서 느끼는 스릴의 끝

여기 세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밀폐된 공간. 제한된 시간. 그리고 살인에 관한 규칙.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스멀스멀 퍼져 나오는 독가스 탓에 8명의 인질은 2시간 뒤면 모두 죽는다. 하지만 폐쇄 공간의 봉인이 풀리는 시간은 세 시간 뒤. 이 상황을 만든 살인마의 요구는 “살고 싶다면 내 규칙을 기억하라”는 것. 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인질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규칙이 깨진 공간은 피투성이의 지옥으로 변해간다.
‘쏘우 2’(Saw 2)의 쾌락은 본질적으로 스릴러와 호러의 쾌락이다. 정보량을 극소화해 관객의 두뇌를 자극하고, 잔혹함을 극대화해 관객의 심장을 얼려 놓기. 마치 추리소설의 수수께끼를 풀듯 머리싸움을 즐기지 않는다면, ‘쏘우 2’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잔혹함은 당신의 고개를 돌려버리게 만들 것이다. 수백 개의 바늘이 전신(全身)에 꽂히고, 신체 안에 감춰놓은 열쇠를 찾기 위해 얼굴 생살을 찢어야 하며, 독가스 해독제를 구하려다 산 채로 불에 타죽는 비주얼은, 호러를 골라 찾는 관객의 머릿카락도 쭈뼛 서게 만든다.
120만 달러의 제작비로 100배가 넘는 돈(1억291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전편 ‘쏘우’의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속편. 1,2편을 꿰뚫는 일관된 원칙은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극한 상황에서 비롯된 공포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몸부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살인마 ‘직소’(Jigsaw:그림 맞추기)와의 퍼즐 게임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1편의 설정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더 큰 자극과 선정성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쾌감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투입량을 늘려야 하는 마약 주사처럼. 1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