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억지 살려준 구세주는 따로 있네

영화 ‘구세주’(16일 개봉)는 신이와 최성국 두 ‘비호감’, 혹은 남녀 부문 B급 코미디 대표 배우의 ‘오버’에 딴죽 걸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색즉시공’, ‘낭만자객’에서 스쳐 지나갔던 두 배우가 나란히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지만, 그들의 조합은 영화의 ‘구세주’가 되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연극학과 날라리 정환(최성국)은 법학과 여대생과의 조인트 MT에서 물에 빠진 은주(신이)를 얼떨결에 구한다(나중엔 친구가 떠밀어 어쩔 수 없이 구해준 것이 밝혀지지만). 은주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정환을 첫 사랑으로 여기지만, 너무나 ‘안 생긴’ 그녀를 정환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은주는 군 복무 중인 정환을 찾아가 ‘원 나잇 스탠드’를 감행하고, 사법고시에 패스한 뒤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정환 앞에 나타난다. 많은 코믹 영화가 그러하듯 ‘구세주’는 웃음 앞에 상식과 현실의 개연성을 헌납하고, 영화가 용인하는 허구의 틀을 최대한 확장해 억지 설정을 남발한다. 몇 년씩 ‘올인’해도 될까말까한 고시를, 은주는 쌍둥이 미혼모의 몸으로 한번에 철썩 붙는다(오늘도 날밤 지새우는 신림동 고시생 관객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허점투성이 영화지만, 그래도 캐스팅에 한 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커다란 식칼로 대파를 사정없이 잘라대며 철 없는 정환을 공격하는 ‘칼있으마’, 아니 ‘카리스마’ 유모 김수미다. 그녀야말로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이 영화를 그나마 코믹의 언저리에 머물도록 구해준 ‘구세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