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 결단과 집행

〈제4보〉(37~51)=추첨 결과 이세돌-구리, 천야오예-박문요의 준결 대진이 확정된 직후의 공동 회견. 이세돌은 “나이 어린 천야오예와 만났다면 좀 불편했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구리는 결승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라며 누구든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구리는 “상대 전적에서 이세돌에게 약간 밀렸던 건 역전패가 많았던 때문”이라며 “이번엔 꼭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재 시점 두 기사의 통산 전적은 나란히 4승 4패.
37로 챙기며 “네 마음대로 해 보라”고 외친다. 38, 40은 상용 수단. 40으론 외세가 좋으므로 참고도 1로 끊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실익이 없다. 2, 4로 양 쪽을 단수치고 10에 이르면 흑은 안정하고 백세(白勢)만 지워지기 때문. 결국 43까지의 패는 필연이다. 이 바둑 끝까지 도처에서 줄기차게 등장, 매번 어지러운 소용돌이를 연출한 패(覇)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백이 패를 유도한 것은 좌변의 ‘패감 공장’을 믿기 때문이다. 여러 갈래의 선택이 있는 대목에서 38, 40처럼 신속하게 결단하고, 즉시 ‘집행’에 들어가는 것은 이세돌의 강점이기도 하다. 판이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46…38, 49…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