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김용의 '100억 송사' 내막

김용(41)이 또다시 연예가의 따끈따근한 뉴스인물로 떠올랐는데요. 미국 할리우드의 초대형 영화제작사와 배급사를 대상으로 거액의 송사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김용은 작년 하반기에 잠시 국내개봉했던 유니버셜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국내영화배급사인 UIP코리아를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을 찾기 직전 그의 모습은 비장하리 만치 결의가 대단해보였습니다. 이번 송사의 발단은 할리우드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가 김용이 지난 1996년 발간한 자신의 원작소설 '죽을때까지 한번도 못한 남자, 인간 한번만'을 그대로 베꼈다는데서 벌어진 것인데요. 내막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은 "김용이 돈욕심으로 그냥 객기를 부리는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는 미국에서만 1500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흥행영화거든요. 물론 김용은 여기에 단호히 고개를 젓고 있지요. 그는 "돈을 떠나 원작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면서 "거대한 자본에 겁먹고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기력하게 포기하는 그릇된 관행을 완전히 뒤바꿔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인지대만 수억원이 드는 100억원대 소송을 그냥 한번 해보는 객기로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김용은 법무법인 동서남북을 통해 소장을 제출한 뒤 100％로 승산을 점쳤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기한 이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오히려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리고 "UIP코리아가 국내 개봉직후 박스오피스 1~2위를 다투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특별한 이유도 없이 4일만에 상영을 중단했다"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내 작품과 비교시켜 표절이 확인되기를 원치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법의 결정 이전에 이미 상영이 중단됐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그가 썼다는 '죽을때까지 한번도 못한 남자, 인간 한번만'을 누구도 주변에서 읽었다는 사람이 없어 내용이 우선 궁금했습니다. 원작자인 그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은 96년 발간되자 마자 3만부만을 내고 출판사가 부도나면서 절판이 됐다고 합니다. 내용을 물어보니 딸만 여덟인 집안에 태어난 외동아들 한번만이 아들만 여덟인 집안의 외동딸 안혜주와 만나 그리는 사랑얘기라고 하는데요.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섹스나 에로영화는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유니버셜사가 제작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는 바로 자신이 쓴 책의 제목에서 부터 등장인물, 스토리 전개와 시말이 거의 흡사하거나 동일하다는 것인데요. 특히 소설속에는 초등학교 시절 남자주인공 한번만이 여자 팬티를 훔쳐보다 여선생님에 들킨 뒤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이제 평생 여자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받고 훗날 그게 강박관념으로 되살아 나는데요. 그 '저주' 부분이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표절의 전형이라는 것입니다. 또 할리우드 작품 치고 제대로 된 시나리오 작가 없이 감독이나 배우가 주먹구구식으로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의문으로 꼽습니다. 무명감독이 자신의 책을 그대로 베껴서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 개봉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엄청난 흥행을 하는 바람에 표절사실이 세상에 공개됐다는 것이지요. 김용은 이번 송사에 100％ 승산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도 안읽어 보고 영화도 못본 사람들이 내막도 모른 채 '무모한 일'이라며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과연 그의 말대로 표절이 입증돼 원작자로서의 저작권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두고봐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공룡에 덤비는 도마뱀' 처럼 비쳐지는 상황에서 수억원의 송사비를 감수해가며 전의에 불타는 그 베짱 만큼은 높이 살 만합니다.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