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단편 심사위원 오정완

제5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 한국영화인의 높아진 위상을 널리 알린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 그가 제작한 영화가 네편('반칙왕' '장화, 홍련'은 포럼 부문, '눈물'과 '스캔들'은 파노라마 부문)이나 베를린에 초청을 받았었으니, 유독 베를린 국제영화제와는 인연이 깊었던 셈이다. 특히 파노라마 부문 프로그래머인 빌란드 스픽스와는 10년 지기. 아시아 영화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인 노란 왕과도 절친하다. 충무로에서도 손꼽히는 국제통인 그가 전세계 영화인들의 시선이 집중된 베를린에서 영화를 향한 창조와 도전담을 풀어놓았다. 원래 단편영화 많이봐요 ▲ 한계란 없다! "원래 한국에서도 단편영화를 많이 본다"는 오대표는 이번 출품작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 진가신 등 아시아의 유명 감독들이 함께 한 옴니버스 프로젝트 '쓰리'부터 시작해, 새로운 시도에 있어서라면 충무로에서 당연 주목받는 제작자 아니냐. ▶'쓰리'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는 한국영화 시장이 엄청 좋았다. 주위에서 그럴 '헛 짓'할 시간 있으면 한국영화 한편 더 만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영화가 나의 10년 뒤를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지금 좋다고, 제 자리에 머무를 수 만은 없지 않냐. - '쓰리' 두편을 통해 새로운 제작 형태를 제시해줬는데. ▶ 물론 제작자로서 국제적인 인프라를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다국적인 프로젝트를 어떻게 한국에 접목시키냐는 과제를 남겼다. 프로듀서의 보다 강력한 중앙 집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중간 평가를 내렸다. - 합작 등 충무로에선 그 어느때보다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 한국영화의 성장과 더불어 여러가지 제작 방식이 보인다. 계속 고민되야할 부분이다. 내부적 영화 환경에 맞추는 일 뿐 아니라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 합작의 결과를 놓고 비관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쓰는 것이 관건이다.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또는 화제성에 집중하는 바람에 오류를 낳게 된다. 영화는 어디까지 영화로 말해야한다. 만듦새 허술한건 용납못해 ▲ 완성도를 고집하는 장인 정신. 칸에 '달콤한 인생', 베니스에 '쓰리 몬스터'가 초청됐으니 오대표는 세계 3대 영화제의 초청을 다 받았다. 지난해 '너는 내 운명'을 비롯해 줄줄이 히트작들을 만들어 왔으니, 그의 표현 그대로 '홈런은 못쳤어도 안타는 계속 쳐온' 셈이다. - 흥행과 작품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은. ▶ 좋은 감독들 덕분이지. 자기 세계가 뚜렷한 감독을 발굴해내는 게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 영화사 봄의 특징은? ▶ 처음부터 좋은 시나리오란 없다. 프로듀서가 감독과 줄기차게 싸워가면서 최대한의 완성도를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너는 내 운명'을 비롯해 모든 시나리오를 최소 10고 이상 쓴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굉장히 밀착되서 작업을 하는 수공예 스타일이다. 그래서 1년에 다섯편 이상을 결코 만들 수가 없다. - 제작자로서 돈 계산은 잘 하나? ▶ 셈에 약한 편이다. 만듦새가 허술한 영화는 결코 참을 수 없다. 미술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제작비가 오버하더라도 미술비엔 손을 잘 안댄다. 차라리 촬영 횟수를 줄여보도록 권유한다. 완성도를 위해선 OK, 단 길거리에 돈을 흘리지 말라고 프로듀서를 엄청 괴롭힌다. "너는 내 운명" 흥행 확신 ▲ 감동을 고집하는 창조 정신. 오대표는 좋은 영화란 "완성도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관객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 돈 벌만 한 영화다. 하하. 난 상업영화 프로듀서다. - '너는 내 운명'의 개봉 전엔 모두들 결과에 회의적이었는데. ▶ 오히려 흥행을 확신했다. 시나리오가 워낙 좋았다. 그대로만 잘 만들면 관객들이 봐주리라 자신했다. - 좀 더 대중취향적인 코미디엔 왜 손을 안대나? 대박이 난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를 거절했었는데. ▶ 내가 잘 만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시장 전체를 내가 다 장악할 수 있겠나. 눈에 안띄면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하하.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서 시장의 다양성을 책임지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은? ▶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한국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선 10년 고비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홍콩처럼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될까 하는. 언제까지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미국영화가 침체기를 걷겠는가. 만약 상황이 역전된 상황에서 스크린쿼터까지 없다면 한국영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올해 영화 3편 제작 계획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꿈'을 밝힌 오대표는 2006년 세편의 영화를 제작할 계획. 다양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소극적'으로 검토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결코 앞서 나가는 말을 하지 않는 오대표이나, 안주를 거부하는 그의 행보에 10년을 내다보는 혜안과 자신감이 읽혀졌다. (스포츠조선 베를린(독일)=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