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 현빈의 가슴 시린 첫사랑

9일 개봉된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으로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현빈. 그는 줄곧 트렌드의 첨단에 서 있다. 지난해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위버섹슈얼 바람을 일으키더니, 크로스섹슈얼이 뜨고 있는 요즘엔 고운 피부를 강조하는 CF로 여성팬들을 홀리고 있다. 그런데 겉모습과 달리 현빈, 참 참하다. 고작 구름 위에 올라서 놓고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목에 깁스를 하는 벼락 스타들과는 다르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을 찍은 첫번째 이유가 '의리'인 점부터 그렇다. "영화 '늑대의 유혹' 오디션을 보면서 김태균 감독님과 친해졌다. 당시 영화 출연은 할 수 없었지만, 감독님과 꼭 같이 작품을 하자고 약속했다"는 현빈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날 무렵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무로와 여의도의 블루칩으로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여유있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현빈.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 또박또박 앞을 향해 나아가는 그를 만났다. 뻔한 러브스토리? 현빈표는 달라요
사랑과 연기의 공통점? 마라톤 같죠
사나이들 우정 그린 작품 하고싶어요 ★ 순발력과 지구력 그 사이 현빈의 취미는 프라모델. 어렸을 때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꽤 고난도도 척척이다. 한번 앉았다 하면 7시간이고 8시간이고 화장실 한번 안 가고 몰두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해보니 순발력 또한 장난 아니다. 톡톡 튀는 멘트로 정확한 타이밍에 웃음을 터뜨린다. 2003년 영화 '돌려차기', 2004년 '논스톱 4'와 '아일랜드'를 찍었다. 이어 영화 '키다리 아저씨'를 찍고,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바로 '백만장자의 첫사랑'을 시작했다. 웬만한 지구력이 아니면 견디기 힘든 강행군이었다. 특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난 뒤 한 달 동안 CF를 찍었고, 바로 영화를 시작했다. "그 뒤 한달여간도 영화 스케줄이 없는 날엔 그동안 뒤로 미뤄놓았던 일들을 해야했어요. 촬영 도중에 체력이 바닥나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죠." 체력적으로 악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백만장자의 첫사랑' 곳곳에서 현빈의 순발력은 빛난다. 안하무인의 재벌집 도련님 강재경은 그가 아니었다면 뻔하고 뻔한 사랑 왕자님에 불과했을 터.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이미 100만번도 더 나왔을 캐릭터로 여성관객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데 성공한 것은 어디까지나 현빈의 힘이다. ★ 100m 단거리와 마라톤 그 사이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호텔 재벌인 할아버지로부터 강원도 산골 학교로 전학 가 반드시 고교 졸업장을 받으라는 내용의 유서를 받은 재경이 시골 소녀 은환(이연희)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러브스토리가 그러하듯 재경과 은환의 만남은 단거리 경주처럼 격렬하고 정열적이다. 그러나 은환의 불치병으로 인해 짧은 사랑 이야기는 얼마 못 가 마침표를 찍는다. 카메라 밖에서 그의 첫사랑 또한 짧았다. "지나가 버린 후에야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시 잡을 수도 없었겠지만 잡지도 않았다"는 것. "한번 엇갈린 만남은 다시 이어도 곧 끝을 보게 된다. 헤어진 뒤 다시 만나도 좋은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 잡았다"고 가슴 시린 사연을 털어놨다. "사랑은 마라톤과도 같다. 고비고비를 넘기면서 긴 호흡으로 완주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현빈. 그에게는 연기도 마라톤 같다. "아직 배우라고 불리기도 쑥스럽다"고 자기 자신에게 냉정하게 말하는 그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미정. 단 '친구'처럼 남자들사이의 진한 우정과 의리를 그린 영화에 언젠가는 꼭 도전해볼 생각이란다.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