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동심 자극하는 우주버전 '쥬만지'

1초라도 싸우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박히는 형제 대니(조나 보보)와 월터(조쉬 허처슨)는 아빠(팀 로빈슨)가 출근한 사이 지하실에서 보드게임 ‘자투라’를 발견한다.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시작 버튼을 누른 대니.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끝없는 모험의 세계로 빠져버리는 ‘오즈의 마법사’ 속 캔자스 외딴 시골집 마냥, 평온했던 집이 마당째 뽑혀 우주 공간에 떨어진다. 현실로 돌아가는 길은 보드게임을 끝까지 하는 방법 뿐. 하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외계인과 혜성의 공격 등 숱한 난관이 꼬리를 문다.
영화 ‘자투라-스페이스 어드벤쳐’는 10년 전 개봉돼 2억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 성공을 거둔 가족영화 ‘쥬만지’의 우주 버전이다. ‘쥬만지’의 작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쓴 동화를 영화화했고, 보드 게임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매개로 등장한다는 점, 평온한 일상의 공간을 낯선 배경에 떨어뜨려 극적 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식 등에서 ‘쥬만지’와 한 핏줄이다.
그러나 두 영화가 동심(童心)을 건드리는 기술은 반대다. ‘쥬만지’는 세련된 디지털 기술이 빚은 웅장한 스케일로 상상력의 외연을 한껏 넓힌 반면, ‘자투라’는 어설픈, 그래서 정겨운 아날로그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에일리언’ 같은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외계인이 차가운 금속 느낌이라면 ‘자투라’의 외계인에는 텁텁한 흙 먼지가 묻어나는 것 같고, 우주 공간과 집도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는 의도적으로 존 파브르 감독과 모형 디자이너 스탠 윈스턴이 디지털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촬영과 미니어처 작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흔적이다.
그래서 영화는 규모 면에서는 ‘쥬만지’에 못미치지만, 묘한 키치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디지털에 피로해진 어른 관객에게 보다 친절하게 다가간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