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신성일의…' 신재인 감독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위해 아무거나 먹어대는 소년을 다룬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2002년)에 이어 최근 식욕을 죄악시하는 이상한 고아원의 모습을 그린 독립영화 ‘신성일의 행방불명’(16일 개봉)을 내놓은 신재인(36) 감독.
그녀를 만나면 먹는 얘기부터 꺼내고 싶었다. 그러나 선수를 뺏겼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타난 신 감독은 두 손 가득 들고 있던 참치 김밥, 호두 우유, 햄 치즈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머릿속 가득 있는 스토리 중에 별생각 없이 몇 개를 꺼냈는데 우연히 먹는 이야기였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 준비하는 작품도 먹는 이야기네요. 인육 먹는 좀비 영화(웃음).”
‘신재인’이라는 이름이 아직 일반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영화계에서는 발칙한 상징과 알레고리로 인간의 욕망을 끄집어내는 ‘천재(혹은 문제) 감독’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신 감독이 사는 방식은 그녀의 필모그라피만큼이나 독특하다. ‘남들 따라’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 공부하다가 한 번에 사시·외시 1차에 붙었지만, 2차는 보러 가지 않았다. 심심해서 소설을 썼다. 제법 썼지만, 출판사를 잡지 못했다. 글이 그냥 묻히는 게 아까워 영화 아카데미에 들어가 영화를 배웠다. 뒤늦게 재주를 발견했다.
“관심이 통제가 안 되는 스타일이에요. 지금도 관심이 어디로 튕겨나갈지 몰라 겁이 나요.” 통제불능의 관심을 ‘강제로’ 붙들어 놓으려 감독은 엔딩 크레딧에 다음 편 예고를 붙인다. ‘신성일의…’의 끝에는 ‘김갑수의 운명’ ‘심은하의 운명’이라는 차기작 제목을 언급했다. 알려진 배우 이름이 제목에 들어있지만, 그들이 돈 없는 독립영화에 출연해 줄 리가 없다. “신성일은 사촌 오빠 이름입니다.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많은 ‘신성일들’에 관심을 갖고 싶었습니다.”
“독립영화의 작업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그 고통이 그나마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희열”이라고 열악한 독립 영화의 제작 현실을 내뱉는 신 감독. 그녀는 “상업영화보다 재미있는 독립영화들이 관객과 만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게 아쉽다”며 “내 영화를 보고 재미없다는 관객에게 환불하겠다”고 당돌하게 말한다. 단, 환불은 감독의 착오가 빚은 지루함에 대해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