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LG배 세계기왕전] 新天地 개척

〈제9보〉(91~100)=12세 입단, 32연승(2000년), 3대 신예 기전 석권…. 고작 23세 청년의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이세돌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우승도 국내외 합해 14회에 이른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제 대회 정복(6회)이 국내 메이저 기전 우승 회수(4회)를 능가한다는 점. 현재도 국내 보유 타이틀은 마이너급인 맥심배 1개뿐이다.
91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를 점검해 보자. 상변 흑 집이 좌변 백 집 보다 덤 정도 크다. 이 둘은 상쇄된다고 볼 때, 나머지 지역 비교에선 흑이 집도 짭짤하고 두터움도 뒤지지 않는다.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는 얘기다. 92는 그런 뜻에서 최대한 압박해간 점.
그러나 우세를 느끼면 틈새가 생기게 마련이다. 93이 한·중 양국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형세도 괜찮은데 좀 심하다는 것. 대안으로 제시된 그림 중 하나가 참고도다. 5까지 자세를 잡은 뒤 A와 B를 맞봐 충분했을 것이다. 98은 ‘가’도 가능하지만, 이세돌의 사전에 그런 느슨한 수는 없다. 하변에 신천지가 개척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