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 10년만에 방한..."나는 영웅이 아니다"

마흔을 넘긴 이연걸(43)의 액션은 녹슬지 않았다. 우인태 감독의 미려한 스타일도 여전하다. 하지만 무예 철학은 크게 바뀌어 있었다. 적을 제압해 승리감에 도취하기보다, 무를 적게 쓰고 상대를 감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신작 무협 '무인 곽원갑'은 만일 황비홍류의 통쾌한 승리감을 기대한다면 다소 의외일 수 있다. 22일 이연걸이 영화 홍보차 10년만에 우리나라를 찾았다. 우인태 감독과 함께 시사회에 등장한 이연걸은 "나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영웅이 아니다"며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무술 지론을 강조했다.

이번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 액션 영화라고 밝힌 이연걸은 "무술은 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액션보다 안에 깃든 깨달음의 정신이 중요하다"며 "영화를 통해 진정한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 속의 나약함, 이기심, 공포심이란 점을 알리고 싶다"고 연기의 의도를 밝혔다. 이연걸은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때 사람들을 구하는 데 큰 역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이연걸은 "평소에 영웅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무인 곽원갑'은 20세기초 서구열강 틈바구니 속에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킨 실존인물 곽원갑을 다룬 영화. 내달 16일 개봉한다. 다음은 이연걸, 우인태 감독과의 일문일답

-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게 사실인가? (이연걸)100번도 넘게 듣고 100번도 넘게 대답했는데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한다. 난 무술을 단순히 밖에서 보이는 화려함보다 안에 깃든 정신과 깨달음으로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액션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무술을 영화를 포장하는 기술로 다루지 않겠다는 말이다. - (감독)이번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 영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중국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슈와 삶에 관한 진정한 의미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시아 뿐 아니라 전세계에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 (이연걸)쓰나미 사태때 영웅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삶도 그러한가 먼저 영웅 역을 많이 했지만 난 영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2004년 12월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쓰나미가 닥쳤다. 당시 호텔 안에는 200명 정도가 있었는데 국적, 종교, 종교 인종을 초월해 재앙 앞에서 인류애를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라도 나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 과거 연기했던 실존 영웅(황비홍)과 곽원갑의 차이점은 (이)차이가 크다. 내게 있어 무술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최고의 경지로 연마하는 단계다. 2단계는 손엔 칼이 없고 마음엔 칼이 있다. 맞수를 정성으로 감화시키는 것. 3단계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는 단계다. 절대적 적이 없고 마음에는 사랑만이 남은 종교적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황비홍은 첫번째 단계, 곽원갑은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