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세계바둑 정상에 한중의 ‘들러리’서 탈출?
일본 바둑 부활의 전주곡? 지난주 끝난 제7회 농심배 세계바둑 오픈 패권이 일본에 돌아간 것은 일종의 ‘사건’으로 간주된다. 최근 수년 간 한국과 중국에게 밀려 ‘바둑 3류국’으로 간주되던 상태였기 때문. 일본 바둑은 88년부터 92년까지 5년 간 자국 주최의 후지쓰배를 5연패(連覇)하는 등 국제화 초기 시절 기세 등등했으나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었다. 후지쓰배만 하더라도 9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이 8년 연속 우승 중이다. 한국의 국제대회 23연승(2000년 8월~2003년 3월)이 막 내린 후엔 한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압축됐을 뿐 일본은 여전한 ‘들러리’ 신세였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기사가 차지한 메이저 우승자는 왕리청(王立誠·2000년 춘란배), 조치훈(2003년·삼성화재배), 장쉬(張木羽·2005년 LG배) 등 단 3명. 그나마 셋 모두가 외국 출신 유학파들이었다. 2003년 제2회 CSK배 우승도 대회 성격과 권위 면에서 농심배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토종’ 요다(依田紀基)의 막판 3연승에 힘입어 3개국 베스트 멤버의 총력 연승전인 농심배를 제패한 것은 감개 무량한 ‘대첩’이었던 셈. 일본세의 회복이 침체했던 바둑계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