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자-작품 엿보기

'지구촌 영화축제'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5일(한국시간 6일 오전 8시) LA 코닥 극장에서 열린다. 78회째를 맞는 올 영화상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를 주목한다. 주요 부문 후보작에는 동성애('브로크백 마운틴'), 테러와 보복 테러의 악순환('뮌헨'), 정치 폭력에 맞선 저널리즘('굿 나잇, 앤 굿 럭'), 미국내 인종 갈등('크래쉬') 등 주제 의식이 분명한 문제작들이 대거 포진했다. 아카데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분석이다. '킹콩', '나니아 연대기', '스타 워즈' 등 일반 관객에게 친숙한 흥행 블록버스터들은 기술적인 부문으로 밀려났다. 주요 부문 후보작(자)과 수상 가능성을 점쳐봤다. 1인 3역 조지 클루니의 '굿 나잇, 앤 굿 럭' 작품상 노려 ◆작품상-감독상 5개 작품상 후보작 감독이 모두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가장 큰 관심은 최다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로크백 마운틴'의 수상 여부. 대만의 이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브로크백 마운틴'은 두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밀도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시작으로 올해 골든글러브와 영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의 영예를 안았다. 성격파 연기자 조지 클루니가 감독, 각본, 조연의 1인 3역을 소화한 '굿 나잇, 앤 굿 럭', 이슬라엘과 아랍의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 스필버그의 '뮌헨'이 강력한 라이벌이다. '크래쉬'도 저예산 영화로서 깜짝 후보에 오른 만큼 경쟁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관객과 평단이 고르게 호평한 '브로크백 마운틴'을 상대하기는 벅차 보인다. 남우주연상 호프만-레저 2파전 양상 ◆여우 주연상-남우 주연상 여우주연 부문에서는 '미세스 헨더슨 프리젠츠'의 주디 덴치(72)와 '오만과 편견'의 키이라 나이틀리(21), 51년의 나이차를 두고 벌이는 영국 신구 세대의 대결이 볼 만하다. '노스 컨트리'에서 페미니즘의 가치를 드높인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앙코르'의 리즈 위더스푼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컨트리 음악의 전설' 쟈니 캐쉬의 애인으로서 그의 삶을 구원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랜스아메리카'에서 트랜스잰더라는 난이도 높은 배역을 소화한 펠리시티 허프만도 강력한 도전자이다. 남우주연상 역시 2파전.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전기영화 '카포티'에서 타이틀롤을 열연한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유력한 가운데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아릿한 동성애 연기를 펼친 히스 레저가 도전한다. '천국을 향하여' 외국어 영화 부문 강력 후보 시각 효과상 킹콩-나니아연대기-우주전쟁 다퉈 ◆그밖의 부문 외국어 영화 부문에서는 한국영화 '월컴 투 동막골'과 장동건 주연의 '무극'이 후보 탈락한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천국을 향하여'가 눈에 띈다. 영화는 이스라엘을 향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두 팔레스타인 청년의 비극을 다뤘다. 아카데미가 그동안 친유대성향을 보였기 때문에 후보에 오를 때부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각 효과상에서는 '킹콩', '나니아 연대기', '우주 전쟁'이 화려한 대결을 벌인다. 루카스의 '스타 워즈' 피날레로 주목받았던 '시스의 복수'는 분장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