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셜 D' 청소년, 질주본능에 충실하다

‘이니셜 D’의 매력은 스피드의 쾌락이다. D는 drift의 머리글자. 자동차 경주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지면서 차량을 최대한 땅에 붙여 주행하는 드라이브 테크닉에 붙은 이름이다.
두부가게를 하는 아버지(황추생)를 둔 고등학생 타쿠미(주걸륜). 겉으로 보기에는 외모도 ‘평범’, 능력도 ‘평범’인 소년이다. 하지만 자동차 레이싱 실력만은 동급 최강. 중학교 때부터 S자 형 산길을 새벽마다 운전하며 두부를 배달해 온 시간들이 ‘레이서 타쿠미’를 만들었다. 그의 숨은 능력을 알게 된 ‘강호의 고수’들이 도발을 시작하고, 소년들은 정해진 트랙을 벗어나 산속 급커브에서 무한질주를 시작한다.
일본에서 4600만부가 팔려나갈 만큼 인기를 끈 만화가 원작. 박제됐던 컷 안의 이미지들이 생명력을 얻은 게 가장 영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보여줬던 ‘전문가 만화’의 매력은 상당부분 탈색됐다. 배기량이 작은 도요타 AE86을 직접 개조하는 ‘장인정신’은 괄호 속에 숨어버렸고, 대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감각적인 화면으로 승부 세계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무간도’ 시리즈의 유위강, 맥조휘가 함께 연출했고, 홍콩의 꽃미남 배우인 진관희와 여문락 주걸륜이 젊은 관객을 유혹한다. 타쿠미의 아버지로 나오는 황추생의 능청 연기는 예상하지 못한 ‘발견’. 젊은 시절 최고의 레이서로 인정받다 쇠락한 뒤 아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