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맞으라…

이번 주말 ‘왕의 남자’가 역대 한국영화 관객동원 1위의 흥행 왕관을 쓴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동원한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영화인측은 “1일까지 1159만6632명의 관객이 관람했다”면서 “이 추세를 감안하면 늦어도 5일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역대 1위의 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6135명), ‘실미도’(1108만명) 순이다< 표 한국영화 흥행 TOP5 >.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왕의 남자’가 보여주고 있는 흥행 가속도. ‘태극기…’와 ‘실미도’가 최종 스코어에 도달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각각 개봉 100일과 140일이었지만, ‘왕의 남자’는 오는 5일이 개봉 66일째다. ‘태극기…’는 3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이후 급격히 힘을 잃었고, 61일 동안 추가로 174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4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는 처음 속도는 느렸지만, 이후 21일 만에 ‘태극기…’의 마지막 기록을 따라잡은 것이다. 1일 하루 동안 ‘왕의 남자’를 본 관객은 7만6067명. 개봉 10주차에도 평일 평균 4만명, 주말 9만명 수준의 놀라운 흥행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왕의 남자’가 세우고 있는 기록들은 대부분 다른 영화들이 밟아 보지 못한 땅이다. 흥행대작인 ‘태극기…’와 ‘실미도’의 경우 각각 170억원과 11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지만, ‘왕의 남자’는 마케팅 포함, 60억원(순제작비 41억원)에 불과했다. 또 상영 막판으로 갈수록 극장측의 몫을 늘려가는 수입배분 관행과 달리, 흥행 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왕의 남자’는 개봉 10주차에도 여전히 극장과 제작사의 입장료 배분 비율(부율)을 5:5로 유지하고 있다. 또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직접 배급 형태로 일본 개봉을 추진 중인 것도 ‘왕의 남자’만이 가진 기록이다. 하지만 수치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왕의 남자’가 보여준 ‘영화, 그 자체의 힘’. 스타에 의존하거나 자본과 마케팅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화만 좋으면 얼마든지 관객이 찾는다는 또 하나의 모범사례가 됐다. 장생, 공길, 연산 등 주연배우 각각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두터움과, ‘예쁜 남자’ ‘정치 사극’ 등 2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신드롬도 ‘왕의 남자’만의 힘으로 평가된다. 제작사측은 이를 기념, 3일 하루 동안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에서 특별 무대인사를 갖는다. 오후 6시 서울극장 상영분을 시작으로 7회에 걸쳐 열리는 이번 무대인사에는 이준익 감독을 포함, 감우성·정진영·강성연·이준기 등 주연배우들이 모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