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변신의 귀재?…배우에게 변신은 일상

안녕하세요. 이성재입니다. '홀리데이'로 인사드렸었는데 '데이지'로 또 찾아뵙겠네요. 영화 두 편을 연달아 찍어놓으니 요즘은 시간이 남아 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놀지는 못해요. 다른 시나리오도 찾아봐야죠. 또 어떤 변신을 할까 궁금하시죠? 혹자는 절 '변신의 귀재'라고 하더군요. 근데, 전 그렇습니다. 특별히 변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없어요. 배우에게 변신은 일상 아니겠습니까? 제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철저히 드라마예요. 배역마저 비범하다면 금상첨화겠죠. '홀리데이'의 지강혁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미지가 반복된다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극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한줌의 개성을 포착하는 게 제 숙명이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어떤 역이 '인간 이성재'와 가장 가까운지 물어보실 겁니다. 대답은 '전부 다'입니다. "사람이 사람 죽이는 데 이유가 있냐?" '공공의 적'에서 살인마 조규환을 연기할 때도 전 제 안에서 꿈틀대는 악의 본능을 발견했습니다. 잠자고 있는 기질을 끄집어내 연기로 발현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전율이란! 이 맛에 배우하는 거 아닐까요? 그 점에서 지난해 찍은 '홀리데이'와 '데이지'는 배우 인생의 이정표예요. 그 전까진 배역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이번에야 비로소 캐릭터로부터 나를 찾고 편안히 몰입하게 됐습니다. 협찬 의상이 아니라 맞춤복을 입은 기분. 여러분도 그 점을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여유를 갖고 작품을 즐기긴 처음입니다. 아, 그렇다고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 건 아닙니다. 배우라면 다 그럴 테지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제 성격으로는 특히 더합니다. 후회하는 편은 아니지만 매번 아쉬움은 크게 남습니다. 그래도 저 때문에 감동받은 관객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곧 개봉할 '데이지'(유위강 감독)를 잠깐 홍보해도 될까요. 액션과 멜로가 섞여있는데 멜로 쪽에 가깝습니다. 전 국제경찰을 맡았구요. 정우성, 전지현씨와 처음 함께 출연했어요. 우성이와는 원래 친해서 호흡이 잘 맞았고. 전지현씨는 연기의 효율성 면에서 후배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올로케해 풍광이 끝내줍니다. 텍스트도 짜임새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생각해보니 드라마 안한 지 8년 됐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관성이 붙었는지, 맘에 드는 작품이 계속 영화 쪽에 있었을 뿐입니다. 다음엔 어떤 인물로 '환생'할 지 저도 여러분만큼 알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거요? 늦기 전에 교복 한번 꼭 입어보고 싶어요. 그다지 젊어보이진 않아도, 왜, 회상신 정도면 잠깐 어떻게…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성재와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다. 특유의 낭랑한 미성으로 조근조근 얘기하는 품이 마치 편지를 읽어주는 느낌이었다. 본인은 주관과 개성이 분명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연기에 관한 질문에 부드러운 어조와 표정이 굳어질 때마다 그 강렬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