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 인터뷰 도중 진행자인 아이작 미즈라히가 배우 스칼렛 요한슨(빨간옷)의 가슴을 더듬는 장면. 왼편의 메인 MC들이 놀라고 있다.
스타들이 저마다의 의상을 뽐내는 `레드카펫' 행사는 모든 영화제의 백미이다.
6일 오전(한국 시간)에 열릴 7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레드카펫을 밟은 스타들은 각별히 각오해야할 듯 싶다. 아이작 미즈라히(36)가 레드카펫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패션계 악동'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미즈라히가 `레드카펫의 악동'이 된 것은 지난 1월에 열린 6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미즈라히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레드카펫 인터뷰를 통해 키이라 나이틀리, 제시카 알바, 에바 롱고리아에게 속옷 종류를 물어보는가 하면 테리 해처의 치마를 들춰보는 기행을 펼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괴벽의 하이라이트는 스칼렛 요한슨의 가슴을 `거칠게' 더듬은 사건이다. 미즈라히는 브래지어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한번 느껴보고 싶다(I just want feel IT)"며 요한슨의 가슴이 4~5초간 만졌다.
요한슨은 웃으면서 당시 상황을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즈라히의 행동이 적잖은 충격이었음을 고백했다. 요한슨은 "미즈라히의 행위는 분명 악취미(bad in taste)였다"며 "난 `오 마이 갓, 이런 일이 생방송 중에 벌어지다니'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황당했던 기분을 털어놓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요한슨은 참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누군가가 또 황당한 일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 지구촌 영화축제'를 통해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는 미즈라히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레드카펫 위에서 나만의 감성을 바꾸지 않겠다"며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또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디자이너는 의사와 같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무엇이건 만져봐야 알 수 있듯이"라고 독특한 인터뷰 철학을 드러냈다.
레드카펫 행사를 생중계하는 E!엔터테인먼트의 테드 허버트는 "나는 판에 박히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진행자를 원했다"며 미즈라히를 다시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미즈라히의 `재등장'에 대해 아카데미상측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오스카의 대변인인 존 파블릭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시상식을 볼 때 무례한 진행자는 향후 커리어를 상당히 힘들게 보냈다"며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반면 시상식 PD인 길버트 케이츠는 "미즈라히는 훌륭한 디자이너이고 멋진 친구다. 그가 현명하게 진행하리라 믿는다"며 미즈라히를 옹호했다.
(스포츠조선 이재훈기자)